[비즈한국] 주무기관인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의 안일한 행정이 대형 해운회사의 ‘갑질’을 부추기고 유망 수출기업에게 막대한 타격을 주는 사례가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출길이 막혀버린 폐지 전문 수출기업 A 사는 화물 선적을 지체하자 국내 최대 연근해 컨테이너 해운회사인 고래해운으로부터 가처분, 가압류, 소송 및 재수출 거부 등 갖은 횡포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고려해운의 갑질을 참다못한 A 사는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하기에 이르렀다. 민원 처리 기관으로는 해수부와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대상이었다. A 사의 청원내용은 고려해운 운항 노선에 대해 재수출을 진행하고 가압류, 가처분을 즉시 취하해달라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비즈한국 취재 결과 해수부 등은 사기업 간 분쟁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A 사의 민원해결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수부는 “당사자 간 법원의 가처분 등 결정이 있었거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으로서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21조 민원처리의 예외에 따라 민원처리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A 사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부산항만공사와 여수광양항만공사도 “사기업의 경영활동에 관해 항만공사는 업무 규제, 중재, 시정명령 또는 조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두 항만공사는 “A 사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무역협회나 대한상사중재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무기관들의 민원 회신에 대해 A 사는 “주무기관들이 한시가 급한 수출업체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선적하지 못한 폐지들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90% 이상을 고려해운 컨테이너에서 반출했다. 헐값에 내수 시장에 팔거나 감가상각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A 사가 고려해운에게 해운을 맡기고 선적하지 못한 채 방치된 폐지 물량은 1000FEU(FEU는 길이 40피트짜리 컨테이너 하나)에 달했다. 물량으로 약 3만 톤 규모다. 그런데 고려해운은 올 하반기 들어 회사 컨테이너에 들어 있는 A 사의 물량을 무조건 빼낼 것을 요구하면서 가처분, 가압류 등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A 사는 어쩔 수 없이 11월 15일 현재 3만 톤 물량 중 1800톤(FEU 76대 물량)만 남겨둔 채 손해를 감수하고 고려해운 컨테이너에서 반출했다.
A 사는 그동안 고려해운을 포함해 16개 해운회사들과 거래를 해왔다. 다른 해운회사들은 대외적인 악재가 겹쳐 수출길이 막힌 A 사의 사정을 감안해 지체료를 전액 면제해주거나 80~90%를 면제해준 것으로 파악돼 고려해운의 ‘갑질’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해운 관계자는 “A 사에 본 건의 조속한 해결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차일피일 해결을 미뤘다. 결국 당사 역시 막대한 손실을 봐야 했다”며 “결국 신속한 분쟁 해결을 위해 A 사에 대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거래 쌍방 간의 문제에 제3자들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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