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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바뀐 뒤 탈락률 16배 늘었다

2%→33%로 18개 단지 중 6곳 재건축 불가…"환경개선 막아" vs "사회적 비용 줄어"

2019.11.15(Fri) 19:01:10

[비즈한국] 2018년 3월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 후 안전진단을 실시한 아파트 단지 중 ‘재건축 불가(A~C등급,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비율이 1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결과 드러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재건축 3대 규제로 꼽히는 안전진단의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지표가 강화된 게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이 진행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취합한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 자료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개정된 2018년 3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전국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판정을 받은 18개 아파트 단지 중 33%(6곳)가 종합평가결과 재건축 불가(C등급, 유지·​보수) 판정을 받았다. 재건축 판정은 22%(4곳), 조건부 재건축 판정은 44%(8곳)로 나타났다. 자료 취합 뒤인 2019년 8월 이후 안전진단을 실시하거나 진단 결과를 받은 단지는 제외된 수치다.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는 공동주택(아파트)의 재건축 필요성을 검증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업 미동의자에 대한 강제적 매도청구권 부여,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주는 만큼 공적 검증으로 자원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관할 지자체는 정비계획을 수립하기 전, 자체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와 민간업체를 통한 ‘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해 재건축 여부를 결정한다.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를 추가로 거친다.

 

2018년 3월 5일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절차를 강화했다.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높이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 시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평가항목별 가중치는 △구조안전성 20%→50% △주거환경 40%→​15% △비용편익 10%→​10% △건축마감 및 설비노후도 30%→​25%로 바뀌었다.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나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재건축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

 


결과적으로 1년 6개월 만에 아파트 재건축 진입장벽이 16배 이상 높아졌다. 국토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 방안’을 발표할 당시 “(표본조사 결과)현재 안전진단을 통해 96% 정도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 재건축사업으로 통과되고 있다. 유지·​보수 판정은 2% 수준”이라고 밝혔다. 개정 이후 안전진단을 실시한 아파트 단지 중 ‘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아파트단지만 33%(6곳), 여기에 조건부재건축(D등급) 판정을 받은 단지가 공공기관 적정성 검사에서 C등급 이상을 받을 경우 ‘재건축 불가’ 단지는 늘어난다.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 개정 전과 후 비교. 자료=국토교통부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통상 콘크리트 공체 내용연수를 50년으로 보고 감정 평가하는데, 실제 물리적 내용연수는 100년이 넘는다. 박근혜 정부 때 20점으로 내려갔던 구조안전성 비중이 50점까지 올라가면서 구조적 문제가 없는 사실상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못 하게 됐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권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이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목적이 주거환경 개선 차원인데 정부가 물리적 환경변화를 요구하는 주민을 구조안전 문제로 막는 것은 잘못됐다. 이는 도시슬럼화 방지와 주택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사회적 비용과 환경 문제를 줄인다는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김은희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은 “1990년부터 아파트 내진설계가 의무화됐는데, 재건축 연한이 40년에서 30년으로 줄면서 안전진단을 했을 때 구조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그간 아파트 재건축 열풍은 생활의 불편함보다는 사업성 때문이었다.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음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환경 문제를 고려했을 때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 아파트는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재건축이 반드시 요구되는 노후 불량 아파트가 아니라면, 도시재생의 맥락에서 개보수나 리모델링으로 건물 성능을 개선하고 사회적 커뮤니티도 지속할 수 있도록 주거시장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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