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나는 눈팅족이다. 인스타그램 닉네임은 ‘인스타초보’. 팔로어는 21명이다. 게시글을 올려도 피드백이 없어 시시하다. 주로 피드에 뜨는, 몇 안 되는 친구의 게시물을 구경하거나 유명인 사진을 찾아보는 용도로 사용한다.
반면 친구는 인스타 셀럽이다. 닉네임도, 팔로어 수도 화려하다. 사진을 업로드하면 댓글 100개는 기본이다. 그만큼 사진과 동영상도 자주 올린다. 친구는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느라 하루가 바쁘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의 댓글에 대댓글을 다는 것도 열심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렇게까지 공을 들여야만 인스타 셀럽이 될 수 있는 걸까.
굳이 맞팔을 구걸하거나, 공들여 예쁜 사진을 찍어 게시물을 꾸미지 않아도 방법이 있다. 돈을 주면 팔로어 수를 늘려주는 서비스가 있기 때문이다. 포털사이트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늘리기’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사이트가 뜬다. 앱스토어를 검색해도 관련 앱이 많다.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 늘리기’, 유사다단계 업체와 연동돼 있어
생각보다 저렴했다. 포털사이트 상단에 뜨는 사이트로 들어갔더니 외국인 팔로어 500명이 늘어나는 데 9000원, 한국인 팔로어 100명이 늘어나는 데는 1만 9000원이었다. 기왕 하는 거 ‘셀럽’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외국인 팔로어 500명 늘리기’를 결제했다.
서비스 종류도 많았다. 인스타그램 외에도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SNS 채널이 가능했다. 팔로어(친구) 수가 늘어나는 상품 외에도 게시물 ‘좋아요’ 수를 자동으로 늘려주거나, 인기 게시물에 노출될 수 있게 하는 상품 등이 있었다.
결제 후 12시간이 지났다. 영어권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친구까지 기대 혹은 각오했지만 팔로어 수는 21명 그대로였다. 고객센터를 통해 언제쯤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문의했다. 업체 측은 “접수는 들어갔지만 해외팔로어 서버 대기 건이 밀려 5일 정도 소요된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어 로직 업데이트로 인해 해외 전 서버가 1만 이상 대량 주문 외에는 대기나 패치시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기다리는 대신 ‘한국인 팔로어 100명 늘리기’로 변경했다. 추가금액을 입금해야 했지만 24시간 내로 완료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업체 측은 “팔로어 서비스는 한국인이 더 빠르다. 작업도 리얼이다”라고 답했다.
그 말처럼 작업은 ‘리얼’이었다. 추가금액을 입금한 뒤 한 시간 후 인스타그램 알람이 떴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인스타초보’의 계정을 팔로하기 시작했다. 팔로어는 순식간에 50명이 됐다. 팔로한 계정들은 정체를 숨긴 가계정이 아닌 실제 계정이었다. 얼굴이 드러난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했거나, 실명이 공개돼 있었다.
그중 젊은 주부로 보이는 계정에 DM(다이렉트메시지)을 보냈다. 해당 계정 피드에는 아이들 사진과 본인의 여행 사진이 주로 있었다. 어떤 경유로 팔로 했는지 묻자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부업이다. ‘팔로’만 눌러도 수익이 나서 애들 키우면서 하기 좋다. 초기비용이 드는데, 많이 낼수록 리셀러 수익도 더 많이 난다. 멘토를 잘 만나서 13일 동안 18만 원의 수익이 났다. 관심 있으면 사이트를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링크를 타고 사이트에 접속했다. ‘부업 전문인력 양성, 다각화된 선순환 구조의 사업’이라는 홍보 문구와 화장품·주류·푸드·주얼리 등 가리지 않고 판매하는 온라인 몰까지…. 리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비용이 필요했다. 초기비용 33만 원, 66만 원, 99만 원 중 하나를 고르면 등급이 정해지고 부업을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회원을 모집하면 회원 등급에 따라 차등을 둔 수당도 받게 되는 구조였다. 다단계 냄새가 났다.
하지만 다단계는 아니었다. 다단계업을 다루는 방문판매법상 불법 다단계로 판명돼 규제를 받으려면 최소 3단계 판매 조직이 필요한데, 해당 업체는 2단계에서 끝이 나기 때문이다. 올해 4월 설립된 ‘회원 모집형 부업’ 사이트였다. 최근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확장되는 신종 상행위로, 규제가 없어 급속도로 확장 중이다.
다음 날 아침,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처음보다 70명가량 늘어 90명이 됐다. 그뿐이었다. 게시글을 올려도 새 친구들은 좋아요를 누르지도, 댓글을 달지도 않았다. 인스타 셀럽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인스타그램은 좋아요 수 감추는 추세, 여전히 인식은 ‘팔로어 수’ 중요
최근 인스타그램은 게시물의 좋아요 수를 감추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미 캐나다·아일랜드·이탈리아·일본 등 7개국에서 시범 적용됐다. 11월 15일 인스타그램 측은 이 기능을 한국에서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능이 도입되면 일부 계정의 사진 및 동영상에는 좋아요 숫자나 조회수 대신 ‘○○님 외 여러 명’이라고 표시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 지향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플랫폼’의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팔로어, 좋아요 수는 여전히 ‘인싸’를 판단하는 요소로 통한다. 마케팅 수단으로도 유효하다. 공식 계정 문의도 많은지 묻자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를 늘려주는 앞서의 업체는 “회사 계정의 요청도 많다. 관공서에서도 내·외국인 대상을 가리지 않고 주문이 들어온다”고 답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는 “쇼핑몰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래도 좋아요 수나 노출 정도에 따라 소비심리가 움직이기 때문에 효과가 있었다. 편법일 수 있지만 누구나 다 사용하는 방법이다. 쇼핑몰 인스타그램에는 ‘팔로어 수를 늘려준다’는 댓글이나 DM이 굉장히 많이 온다”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제작·지원하는 ‘메이크샵’ 광고컨설팅팀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활용 마케팅이 힘을 얻기 시작하다 이제는 주력이 됐다. 예전에는 네이버 파워블로거에게 제품을 보내고 후기 마케팅을 요청하는 게 바이럴이었다면, 이젠 비슷한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풀을 모은다. 팔로어나 좋아요를 사서 마케팅하는 방법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진성 팔로어가 아니므로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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