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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체, 한국야쿠르트를 일본야쿠르트 계열사로 주장하는 까닭

현지 매체 자국 상법 근거로 '일본 배제' 일침…한국야쿠르트 측 "제휴관계일 뿐 독자경영" 강변

2019.11.14(Thu) 17:50:29

[비즈한국] 한일 관계 경색으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그 불똥이 ‘일본기업이냐, 국내기업이냐’는 국적 논란을 가진 한국야쿠르트로 튀고 있다.

 

서울 사초구 한국야쿠르트 강남 사옥. 사진=한국야쿠르트


‘일본 불매 운동 리스트’에 공유되기도 하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는 한국야쿠르트는 일본야쿠르트와 기술제휴 관계일 뿐 독자경영을 하는 국내 기업이라며 강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일본 현지 언론들은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본사(혼샤)의 관련 회사(계열사)인데 한국야쿠르트가 ‘일본’이라는 이름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비판 보도를 양산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이들 일본 매체들의 주장은 일본 상법(회사법)과 회계규칙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일본 언론들의 논조에 불을 지핀 것은 국내 유력 일간지를 비롯해 복수의 국내 매체에서 한국야쿠르트를 대표적인 ‘국내 장수 브랜드’에 포함시켜 보도하는 데서 기인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우 언론 ‘산케이신문’은 지난 6월 29일 ‘야쿠르트 아줌마의 공적’이란 칼럼에서 “야쿠르트가 가져온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가 한국 사회를 바꿨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언론을 비롯해 그 사실을 한국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으며 ‘일본’이라는 말은 의도적으로 숨겨 왔다. 한국야쿠르트의 역사에서도 일본의 공헌을 알리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 저널’은 11월 5일 ‘한국야쿠르트가 한국 발상인 것처럼 보도된 문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한 유력 매체가 공개한 기사 ‘한국의 장수 브랜드 500억 개 팔린 국민 발효유 ‘​야쿠르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며 “그런데 한국의 유력 매체는 한 마디도 ‘​일본’​이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야쿠르트가 원래 일본 브랜드이고 한국야쿠르트가 일본야쿠르트의 계열사인 것도 나와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비즈니스저널은 “일본야쿠르트 창업자인 고 시로타 미노루 박사가 교토대에서 미생물을 연구하던 중 1935년 유산균을 살린 음료를 개발하고 후쿠오카시에서 제조·판매를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재팬은 11월 11일자 ‘야쿠르트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브랜드가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야쿠르트는 주한 일본인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일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요즘 한일 관계는 냉랭한 상태이지만”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야쿠르트 감사보고서나 홈페이지 등에는 한국야쿠르트가 관련 회사로 표기돼 있다. 일본 상법과 회계규칙에 따르면 관련 회사란 자회사와 계열사를 포괄하는 광의의 용어다. 일본 상법과 회계규칙은 모회사가 다른 회사의 50% 이상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소유할 경우 자회사라고 하며 의결권 20% 이상 50% 이하의 경우 계열사라고 한다. 

 

다만 모회사 의결권이 50% 미만이라도 자금 운용과 임원 임명 등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 자회사로 보며 20% 미만이어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받는다면 계열사로 본다.

 

일본야쿠르트와 현지 매체들은 이러한 자국의 상법 등을 근거로 한국야쿠르트 지분 3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열사라고 주장한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일본과 합작 회사로 설립돼 현재까지 외국인투자법인 자격으로 조세와 비자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아 왔다. 

 

일본야쿠르트는 2011년 말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지분 38.3%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현재도 거의 같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상법상 경영에 책임을 지는 사내이사(등기임원) 11명 중 4명을 일본야쿠르트 쪽 일본인으로 선임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매해 100억 원 이상을 배당하는 금액 중 38% 이상이 일본으로 흘러간다. 연결기준 지난해 한국야쿠르트의 영업이익은 299억 원으로 전년(426억 원) 대비 급감했고, 창립 이래 첫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한국야쿠르트는 가장 많은 액수인 125억 원을 배당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올해에는 한국야쿠르트의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야쿠르트가 고배당 정책을 계속 이어 나갈지도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일본’​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라면 사업부를 분리해 설립한 팔도를 통해 한국야쿠르트의 지분 40.83%를 보유하게 되면서 일본야쿠르트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6월 향년 92세로 타계한 고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창업주의 아들 윤호중 부회장은 팔도 지분 100%를 보유하면서 한국야쿠르트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를 연결대상 종속회사에 포함시키지 않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사업형지주회사 형태인 자회사로 한국야쿠르트를 거느리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일본야쿠르트와는 기술제휴 관계로서 일본인 임원을 선임하고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계열사라고 하는데, 제휴 관계일 때에도 이를 통용해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사는 경영과 관련해 독자경영을 해오고 있다. 계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호출자나 채무보증과 관련해선 일본야쿠르트와 전혀 얽혀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현재까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올해 실적은 내년 4월 이후 공개되는 감사보고서와 연결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기업은 당사 외에도 적지 않은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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