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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중년 래퍼가 트럼프 집권 후 CCM 내놓는 까닭

카니예 웨스트 '지저스 이즈 킹'와 스눕 독 '바이블 오브 러브' 평행이론

2019.11.12(Tue) 09:50:13

[비즈한국] 악동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가 현대 기독교 음악(CCM) 아티스트로 변신했습니다. ‘지저스 이즈 킹(Jesus is King)’ 발매와 함께 말이죠. 이 앨범은 단순히 한두 곡에 기독교적 색채를 넣은 정도가 아닙니다. 모든 곡의 핵심에 기독교적 맥락을 넣었습니다. 왜 이런 앨범을 낸 걸까요.

 

카니예 웨스트의 ‘지저스 이즈 킹(Jesus is King)’ 앨범. 사진=카니예 웨스트 트위터


돌이켜보면 카니예 웨스트는 초창기부터 기독교 관련 음악을 활용했습니다. 1집에는 ‘지저스 웍스(Jesus Walks)’라는 곡을 싱글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플라이 어웨이(Fly Away)’라는 찬송가를 짧게 스킷처럼 구성해 곡으로 발표하기도 했고요.

 

심지어 신성 모독이라고 해석이 가능한 앨범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저스(Yeezus)’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예칭인 ‘예(Ye)’와 ‘지저스(Jesus, 예수)’를 합성했습니다. 예수가 자신과 나눈 대화를 넣고, 예수를 제외하면 자신이 최고의 인간이라고 자랑하는 등 강한 에고(ego, 자아)와 기독교적 자아를 섞은 묘한 앨범이었습니다.

 

카니예 웨스트의 ‘팔로우 갓(Follow God)’ 뮤직비디오

 

카니예 웨스트는 2018년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도 매주 ‘선데이 서비스(Sunday Service)’라는 공연을 스트리밍했습니다. 가스펠 콰이어를 중심으로 기독교 음악을 나누는 공연이었습니다. 지저스 이즈 킹도 이 연장선에서 발표한 앨범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기독교 앨범 발매 예정이 없었지만 몇 번의 수정과 발매 연기를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지요.

 

카니예 웨스트는 SNS에서 셀럽들과 설전을 벌이고, 트럼프 지지선언 이후에는 자신을 비판하는 흑인 뮤지션들을 공격하는 등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었는데요. ‘지저스 이즈 킹’에서는 많은 이들이 자신을 공격하는 상황을 순교자에 빗대 정당화했습니다. 흑인 아티스트가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해 엄청난 비난을 받은 것도 세상의 곡해이자 탄압이라는 겁니다.

 

이 앨범은 음악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꾀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기에 ‘지저스 웍스’를 외쳤던 과거로 돌아왔습니다. 가스펠 콰이어로 시작하고, 이후에는 올드 스쿨 힙합을 추구했습니다.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로 패션을 이끌었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커리어 처음으로 돌아온 거지요.

 

카니예 웨스트가 ‘카풀 카라오케(Carpool Karaoke)’에 출연한 영상. 가스펠 콰이어와 함께 출연해 기독교적인 곡을 선보였다.

 

이렇게 거친 래퍼가 기독교 앨범을 낸 전례가 또 있습니다. 갱스터 랩의 시초, 스눕 독(Snoop Dogg)입니다. 스눕 독은 1990년대에 웨스트 코스트 갱스터 랩의 상징으로 군림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변신을 보여줬죠.

 

이 중 작년에 발표한 앨범 ‘바이블 오브 러브(Bible of Love)’가 재미있습니다. 이름에서 보듯 기독교 앨범입니다. 앞서 스눕 독은 이슬람교에 귀의하기도 하고, 레게 뮤지션이 되면서 레게  음악의 핵심 종교인 라스타파리 운동(Rastafari Movement)에 참여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돌고 돌아, 스눕 독은 알앤비 뮤지션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와의 대화 등을 계기로, 할머니의 종교인 기독교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가스펠 레이블을 세웠죠. ‘바이블 이즈 러브’는 그 가스펠 레이블의 프로젝트입니다.

 

이 앨범에서 스눕 독은 모든 곡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습니다. 가스펠 음악을 모아서 보여주는 ‘큐레이터’에 가까웠죠. 그의 기획으로 다양한 가스펠 음악가가 소환돼 자신의 재능을 보여줍니다. 덕분에 이 앨범은 단순히 스눕 독 앨범으로써 완성도가 뛰어나기보다는 가스펠 음악을 ‘소개’하는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스눕 독의 앨범 ‘바이블 오브 러브(Bible of Love)’ 수록 곡 ‘워즈 아 퓨(Words Are Few)’ 뮤직비디오

 

이 앨범은 사랑과 통합을 외치고 있습니다. 스눕독은 이 앨범을 만들며 극단주의와 정쟁이 판치는 요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싸움’의 명분으로 기독교를 들고 온 카니예 웨스트와는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재미있게도 스눕 독은 최근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고, 일부 팬들과 싸우는 카니예 웨스트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가스펠 앨범을 들고 온 두 래퍼의 의견이 썩 맞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서로 정 반대의 방향이지만 ‘트럼프의 미국’에 대한 반응으로 기독교 음악을 가져온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이 앨범은 또한 개인적인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커리어가 쌓이면서 래퍼에게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삶에 의미를 찾게 되는 것도 사실이겠죠. 그런 자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에 맞는 자신만의 음악을 보여주는 게 가장 젊은 음악인 힙합 뮤지션이 나이 들어서도 살아남는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년 래퍼의 변화, 힙합퍼의 CCM 음악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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