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한항공 986억 원, 아시아나항공 1241억 원, 제주항공 274억 원, 진에어 266억 원. 올 2분기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모조리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일 관계 악화와 중국 관광객 감소, 경기 부진 등으로 여객기 이용자가 크게 감소해서다. 특히 중국·일본 및 동남아시아 등 근거리 노선에 의지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이 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대형항공사(FSC)지만, 수익은 주로 근거리 노선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이후 LCC들과 피 말리는 치킨 게임을 벌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응찰한 회사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 등이다. 각 컨소시엄의 전략적 투자자(SI)들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항공 산업에 진출하는 한편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계획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비중이 전체 매출의 17%에 달하는 등 근거리 노선 비중이 높다. 원거리 노선은 대한항공이 장악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A380 등 대형 기종을 일본 노선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매각 이후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과정에서 기존 LCC와의 치킨게임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장래매출채권 유동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사모사채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올 6월 말 기준 총 9조 6000억 원에 달하며, 영구채 5832억 원을 포함하면 10조 원이 넘는다.
차입금이 커지면서 회사채 신용등급도 2015년 BBB+에서 2017년 BBB-로 하락해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매출을 대폭 끌어올리는 한편 노선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외국계 항공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어 재무 구조 정상화와 더불어 매출을 높여야 한다. 시장이 가장 크고 아시아나항공이 경쟁력 있는 단거리 노선에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근거리 여객 수가 크게 감소해서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국내 6개 LCC의 9월 국제선 여객 수는 4.9% 감소했다. LCC 여객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또 온라인을 통한 항공권 구매가 일반화되면서 항공사 간 가격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온라인 항공권 구매 플랫폼들은 최저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최대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들 사이트는 외국계 항공사의 가격 정보도 제공하고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외항사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LCC 사업자가 3곳이 추가로 생긴다. 국내 LCC 숫자는 미국과 같은 9개가 된다. 신규 LCC는 초기 시장 진입이 쉽고 자금 순환이 빠른 제주 등 국내 노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 LCC 간에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여기에 동남아시아 지역 LCC들도 난립하고 있으며, 이 지역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 등이 한국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시장은 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여객 감소와 항공유·인건비·항공기 임대료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LCC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 이 결과 독일 게르마니아·아주르에어, 스위스 스카이워크, 리투아니아 스몰플래닛항공 같은 LCC가 결국 문을 닫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적자 노선과 경비를 줄이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서고 있지만, 업황 변화로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 등 시장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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