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의 목표는 진정한 의미의 중간 미술 시장 개척이다. 역량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술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시즌 5를 시작하면서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식을 제시하려고 한다. 본 프로젝트 출신으로 구성된 작가위원회에서 작가를 추천하여 작가 발굴의 객관성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오픈 스튜디오 전시, 오픈 마켓 등 전시 방식을 획기적으로 제시해 새로운 미술 유통 구조를 개척하고자 한다.
생각을 그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회화는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생각 자체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다. 결국 경험한 일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기억을 조합해 그려내는 셈이다.
그렇다면 생각 자체는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생각이 시작되는 머릿속을 그려낸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런 개념을 하나의 유파로 만들어 미술사의 한 자리를 차지한 이가 있다. 그리스 태생으로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조르지오 데 키리코가 주인공이다.
키리코가 생각이 태어나는 머릿속을 그린 작품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도 그릴 수 있구나’ 하고 놀라워했다. 당시 새로운 예술운동의 정신적 지주로 통했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형이상적 회화’라고 평했는데, 이 말은 그대로 서양미술사에 20세기 초 새로운 미술 운동의 한 유파로 등록된다.
키리코는 생각이 자라나고 담기는 뇌의 한 부분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풍경화로 그려냈다. 마치 철학책을 읽었을 때 느끼는 감정과도 흡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이었다. 명쾌하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무언가 깊은 사유의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염기현도 생각 자체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키리코의 그림처럼 심각하지 않다. 마치 어린이용 장난감 레고 블록을 조합해 놓은 것 같은 그림이다. 드러나는 이미지도 동화처럼 친근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은 민화풍의 일상적 이미지로 구성한 평범한 회화로 느끼기가 쉽다.
염기현의 회화는 보이는 그대로의 장식적인 작업이 아니다. 그가 알기 쉬운 이미지로 그림을 만드는 이유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것일 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의 작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그리는 방법이 아니다. 만드는 쪽에 가깝다. 작은 점이 모여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있다. 점으로 보이는 것은 이쑤시개다. 이쑤시개를 촘촘히 붙여 형태로 만들고 이를 세워서 화면에 붙이는 작업이다.
회화의 기본어법인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선이 연결돼 형태로 발전하는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여기에 입체적 물질감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그의 회화는 물리적으로 보인다.
이런 방법으로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생각의 모습 그 자체를 그리려는 것이다. 키리코가 생각이 만들어지는 뇌의 한 부분을 공간으로 해석해 풍경으로 표현한 반면 염기현은 생각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물리적으로 접근해 회화로 만들어내고 있다.
뇌에서 형태를 인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자극을 세포가 반응해 이미지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각이라 해석해 표현한 것이 염기현의 회화다.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를 그는 이쑤시개로 본 것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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