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하면서 부총리 주재 경제정책 논의 기구인 ‘경제관계장관회의’ 명칭을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꿨다. 이명박 정부 당시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유럽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시행됐던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홍 부총리 취임과 함께 부활한 경제활력대책회의는 지금까지 24차례 열렸다. 올해 개최된 회수도 21차례에 달하지만 정작 투자와 고용, 생산, 소비,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20차례 넘게 진행된 경제활력대책회의에도 경기가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경제활력대책회의가 어느 순간부터 돌려막기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정책이나 규제 개선책을 내놓기보다 기존 회의 내용을 반복하는 식으로 회수만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9월 18일 열린 24차 경제활력대책회의(이하 회의)에서 다뤄진 안건 중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의 경우 11차 회의(3월 27일) 안건이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방향’과 대동소이하다. 24차 회의에서 대응방향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졌다고는 하지만 대책 자체가 △중장기적 사회적 논의 시작 필요 △교원수급체계 개선 △고령친화신산업육성 등으로 6개월 후 다시 논의한 안건이라고 말하기 무색한 수준이다.
22차 회의(9월 4일)에 올라왔던 ‘스마트 산단(산업단지) 표준모델 구축 및 선도 산단 실행계획’은 창원산단의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화, 창원 산단의 중시기업 집적형 스마트화 추진계획을 논의했는데, 이는 1차 회의(2018년 12월 12일)의 ‘스마트 제조혁신 추진 방안’에 담긴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방안, 스마트 산단 선도 프로젝트와 별 차이가 없다.
20차 회의(7월 17일)에 다룬 ‘제 2벤처 붐 확산 전략’은 9차 경제활력대책회의(3월 4일)에서 논의된 ‘제 2벤처 붐 확산 전략’에 의해 제 2벤처 붐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자화자찬성 내용에 그쳤다. 15차 회의(5월 8일)에서 다뤘던 ‘신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해외 한류 편승 기업 대응방안’이나 17차 회의(6월 12일)의 ‘소비재 수출 활성화 방안’, 18차 회의(6월 26일)에 올라왔던 ‘K-컬처 페스티벌 추진계획’, 20차 회의 안건이었던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계획’ 등은 모두 외국에 부는 한류를 활용해 수출이나 관광객을 늘리고, 외국 기업의 한류 무단 도용을 차단하는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다.
16차 회의(5월 15일)에 올랐던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집행점검 및 대응방안’은 내용이 예산 집행을 본격화하고 집행 상황 수시점검을 하겠다는 수준으로, 6차 회의(1월 23일)의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생활 SOC 및 국유재산 토지개발 선도사업 추진계획’이나 1차 회의의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보완방안’에서 진전된 점이 없다. 22차 회의에서 다룬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대책’의 경우 △온라인 진출 촉진 △상권 활력 재고 △경영개선 및 안전망 강화 등으로 2차 회의(2018년 12월19일)의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에 비해 크게 나간 점을 찾기 어렵다.
11차 회의(3월 27일)의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조성방안’이나 14차 회의(4월 29일)의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은 SK하이닉스가 12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건설지역으로 용인을 선택한 것(2월 21일)과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4월 24일)에 편승해 정부 성과를 생색내려는 의도마저 읽힌다.
3차 회의(2018년 12월 26일)에서 대학원 내 인공지능(AI) 학과 신설 등이 담긴 ‘혁신성장 전략투자: 4차 산업혁명 선도 인재 집중양성 계획’을, 5차 회의(1월 9일)에서 숙박·교통·공간·금융·지식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AI의 경우 데이터 이용 제한 법안, 공유경제의 경우 타다 기소 사태 등에서 드러났듯이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보여주기 식 정책을 나열하는 데만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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