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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라니티딘 겪고도…' 식약처 대책에 비판 쏟아지는 이유

기존 제도와 비슷하고 내부 전문가 적어 실효성 의문…식약처 "노력 소홀히 하는 것 아냐"

2019.10.29(Tue) 15:10:23

[비즈한국] 2019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유독 잡음이 많이 일었던 해다. 국내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가 허가 당시와 세포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인보사 사태’에 이어 최근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발표 이후에야 식약처가 조사에 나서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이에 식약처는 의약품 안전관리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적잖다.

 

지난 27일 식약처는 제약회사로부터 받는 DSUR(개발 중인 의약품 안전성 보고서)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식약처는 대한백신학회, 대한암학회, 한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 한국줄기세포학회 등 네 개의 외부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의약품 허가·심사 과정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더욱 많이 구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24일에는 내부 전문가를 충원해 의약품 허가·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며 의사 임상시험심사관 인력을 늘린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의약품 안전관리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적잖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페이스북페이지 캡처


#기존과 비슷한 대책, 내부 전문가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에 의문

 

식약처가 내놓은 대책은 의약품 심사를 강화하고 이미 시판되거나 개발 중인 의약품의 부작용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효과도 작을 것이라 내다본다. 제약회사에 자료 제출을 의무화해도 식약처 내부에 그 자료를 제대로 검토할 전문가가 마땅치 않고, 외부 학회와의 협력도 기존에 있던 제도와 동일하다는 이유다.

 

강윤희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은 “원래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 회의를 거치기 전 외부기관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가 낸 의견은 한마디로 ‘외부 의견’일 뿐이다. 결국 식약처의 행정대로 흘러가는 구조”라며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할 전문가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부작용이 적게 보고돼도 유의미할 수 있는데 지금은 이 ‘정성적 평가’를 할 전문가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약품을 허가하고 부작용에 대한 결과를 검토할 적격자는 ‘의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사가 약의 성분을 전문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 의사는 약을 환자에게 직접 처방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효용성을 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식약처 내부에 있는 의사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FDA에 소속된 의사는 500여 명에 달한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9월 의사 출신 심사관을 두 배 늘리겠다며 예산 25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원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임상심사위원은 “식약처는 지난 3월쯤부터 예산이 없다며 심사관 사직자의 빈자리를 충원해주지 않았고 야근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책도 결원에 대한 충원이다. 정원은 한 명 늘어난 꼴”이라고 지적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도 “어떻게 충원하고 어떤 프로세스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약품을 허가하고 부작용에 대한 결과를 검토할 적격자는 ‘의사’다. 그러나 현재 식약처 내부에 있는 의사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사진은 수술실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식약처 “​전문인력 충원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식약처 내부 의사를 대폭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관계자는 “임금과 처우 문제가 있다. 식약처 의사들은 대부분 계약직인데 일반적인 의사와 보수 차이가 크게 난다. 또 의견을 내도 결국 정책적인 결정은 행정기관이 하는 셈이라 자기 뜻을 제대로 못 펼친다”며 “FDA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들이 허가 받을 때 20억~30억 원씩 내는데 그 돈으로 의사를 충원한다. FDA의 모델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의사를 충원할 방법을 논의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의 인의협 관계자는 “의사 충원도 중요하지만 식약처가 규제 부처라는 인식을 갖춰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직접 의사를 양성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아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장은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동시에 식약처 내부를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 이 약이 어떻게 허가됐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논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제대로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강윤희 임상심사위원은 “내년도 식약처의 연구·개발(R&D)비가 280억 원인데, 식약처에서 연구비를 제공해 연구한 결과가 정책에 활용되는 경우를 잘 보지 못했다”며 “반면에 의사 충원 예산은 25억 원이다. 식약처는 연구 기관이 아닌 실무 기관이다. 전문 인력을 늘리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즈한국은 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29일 ​식약처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 9월 25일 서경원 식약처 의약품심사부장은 ​​​식약처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현재 의사 심사관의 연봉은 1억 2000만 원으로 최선을 다한 수준”이라며 “전문적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 1일 비즈한국이 식약처의 부실한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해 질의하자 식약처 관계자가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인력·장비·​돈 문제 때문에 FDA나 EMA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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