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음악일기] BTS 이어 빌보드 1위, 슈퍼엠 성공 비결은?

[비즈한국] 방탄소년단에 이어 또 하나의 빌보드 1위 케이팝 그룹이 탄생했습니다. 지난번 다뤘던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의 ‘슈퍼엠(SuperM)’이 그 주인공입니다.(관련기사 [미국음악일기] SM과 '슈퍼엠' 만든 '캐피톨 뮤직 그룹'은 어떤 곳?) 케이팝이 팝 시장에 강력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지요.

슈퍼엠의 활동은 많은 논란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앨범을 사면 기획 상품이나 투어 티켓을 끼워주는 ‘번들’ 방식이 그랬는데요. 해외서도 활용하는 방식이지만 슈퍼엠은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슈퍼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었지요.

판매 방식, 전략에 대해선 다른 지면을 기약하고, 이번에는 슈퍼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슈퍼엠의 음악은 한국 아이돌 음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일반 팝도 아니지요. 그야말로 ‘SM’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팝 시장에 ‘데뷔’했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듭니다. 슈퍼엠의 음악이 왜 팝 시장의 새로운 장르인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슈퍼엠의 ‘슈퍼카(Super Car)’ 캐피털 레코즈 라이브

슈퍼엠의 음악은 철저하게 미국 시장 지향적입니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 가요’가 아닙니다. 아이돌 가요의 잣대로 보자면 슈퍼엠의 음악은 굉장히 이상합니다. 하나쯤 나와야 하는 편안하고 귀여운 팝, 펑크(funk) 곡이 없습니다. 가수가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만든 노래, 팬 송도 없지요. 심지어 완급에 필수인 발라드 한 곡이 없습니다. 아이돌 가요의 음악적인 구성을 완전히 깨버린 겁니다.

SM과 이수만 프로듀서가 아이돌 가요의 구성을 잊어서일까요? 그럴 리는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아이돌 앨범’의 공식을 정립한 주체가 SM이었으니까요. 슈퍼엠 데뷔 후 바로 나온 슈퍼주니어의 신보도 아이돌 앨범의 정석을 충실하게 지킨 대중적 앨범이었습니다.

슈퍼엠은 왜 케이팝 아이돌 앨범의 공식을 어긴 걸까요? 케이팝 아이돌 앨범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케이팝의 하위 장르인 SM 음악이 팝 시장에 데뷔 한 것이죠. 슈퍼엠의 모든 곡은 미국 시장에 맞춰져 있습니다.

슈퍼엠의 미니앨범 1집 타이틀곡 ‘쟈핑(Jopping)’

타이틀곡 ‘쟈핑(Jopping)’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난해한 구성, 추상적인 가사, 록과 힙합의 조화 등은 가수 HOT의 ‘열 맞춰’부터 이어진 ‘SMP(SM식 퍼포먼스)’입니다. 프로듀싱 또한 초기부터 SM을 지휘했던 유영진이 참여했습니다.

곡을 잘 뜯어보면 쟈핑의 디테일은 철저히 미국 취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사는 영어 비중이 급격히 올라갔고 한국어는 ‘분위기를 내는’ 정도에 그칩니다. 힙합의 비중도 크게 올랐지요. 랩 또한 기존 ‘SM’식 랩에 비해 정교해지고, 멤버마다 플로우(flow) 개성도 잡아줬습니다. 영어 가사부터 장르 비중까지 철저하게 미국 취향에 맞춘 셈입니다.

수록곡도 미국 취향에 가까워졌습니다. ‘투 패스트(2 Fast)’는 본격적인 알앤비(R&B, Rhythm and Blues) 곡입니다. 제목이 ‘투(Too, 너무)’와 ‘투(Two, 둘)’의 언어유희로 마지막 버스(verse)에서 곡은 두 배로 빨라집니다. 언어유희에 맞춘 곡 형식은 한국보다 영어가 모국어인 팝 시장에서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요.

‘슈퍼 카(Super Car)’와 ‘노 매너스(No Manners)’는 정통 힙합 곡입니다. 전혀 다른 두 개의 비트를 교차시키거나(슈퍼카), 멜랑콜리한 발라드적 감성을 교묘하게 녹여 ‘케이팝의 맛’을 보탰습니다. 케이팝만의 매력을 팝 시장에 맞춰 재조립한 느낌입니다.

슈퍼엠의 ‘아이 캔트 스탠드 더 레인(I Can't Stand The Rain)’

미국 시장에 맞게 재조립한 케이팝은 기존 케이팝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독특함이 가장 두드러진 음악은 두 번째 트랙 ‘아이 캔트 스탠드 더 레인(I Can't Stand The Rain)’입니다. ‘미로틱(Mirotic)’ 등 21세기 SM 음악의 중추를 맡았던 작곡가 토마스 트롤슨(Thomas Troelsen),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샘 마틴(Sam Martin)’과 켄지(Kenzie)가 ​협업했지요. 켄지는 유영진 작곡가에 이은 SM 프로듀서의 두 번째 축입니다. 

이 곡은 처음에 보컬이 없는, 기악곡(Instrumental)으로 발표되었습니다. 비트로만 들으면 이 곡은 거의 ‘국악’입니다. 동양의 전통 악기가 비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요. 비트만 들었을 때는 대체 이게 무슨 아이돌 음악인가 싶습니다.

전체 곡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동방신기’나 ‘슈퍼주니어’를 연상시키는, 완벽한 SM식 팝으로 바뀌었지요. 국악 반주로 케이팝을 만든 겁니다. 무대 또한 철저하게 동양적인 선을 강조한 안무로 가득합니다.

이런 곡 구성. 한국에서는 별 것 아닌 듯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다릅니다. 팝 시장은 예전부터 ‘동양의 멋’을 팝에 가져오려 노력했습니다. 중국 무협지에 등장하는 무공집단 ‘무당파’를 모티브로 했던 힙합의 전설 우탱 클랜(Wu-Tang Clan)부터, ‘중국의 공주’에 대해 노래하던 콜드플레이(Coldplay)까지 말이죠. 그들은 모두 훌륭한 노래를 만들었지만,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묘사의 깊이는 부족했지요​.

슈퍼엠은 팝 시장에서 미답의 경지였던 ‘동양적인 팝 음악’을 압도적인 완성도로 보여줬습니다. ‘동양인 음악 집단(SM)’이 ‘팝시장 최고의 음악 레이블(캐피톨뮤직그룹)’과 대등한 파트너로 협업한 최초의 시도였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음악이 가장 완벽하게 융합된 첫 사례인 셈입니다. 슈퍼엠의 음악을 ‘팝 음악’ 비평으로 새롭게 조명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슈퍼엠의 음악에 대해 모두가 호의적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기존 국내 아이돌 팬이 보기에는 불편합니다. 익숙한 기존 공식을 부쉈으니까요. 그렇다고 기존 팝음악 비평가에게도 높은 평가를 당장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여하튼 아이돌 팬덤을 기본으로 한 음악이니까요.

사람들은 새로운 걸 싫어합니다. 기존의 아이돌 음악. 기존의 클래식 록, 골든 에라 힙합 등 익숙한 공식에 맞춘 음악을 더 높게 평가하기 쉽습니다. 안전하고요. 그럴 때일수록 불편한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개척자가 소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시장에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케이팝 음악, 슈퍼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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