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이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 조사에 나선지 10개월을 훌쩍 넘어섰지만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인 금감원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 기간은 사안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6개월 이내에 마무리 된다. 따라서 서희건설에 대한 주가조작 조사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올 1월 4일 서희건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주가조작 사실을 입증하는 대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사건을 상정하고 증선위는 의결을 거쳐 검찰에 고발한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실체가 불분명한 '지뢰제거 사업' 진출을 시장에 퍼뜨려 주가를 띄웠고, 이봉관 회장은 사업이 수포로 돌아가기 전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서희건설의 지뢰제거 사업 진출 실패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이 회장이 주식을 매각한지 한참 후의 일이라 주가조작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여부나 조사 과정에 대해 금융당국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 주가조작 조사 기간은 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년이 더 경과될 때도 있다"며 "주가조작 사건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주식을 허위주문해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거나 내부정보를 이용해 내부자들이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가 있다. 허위공시나 허위보도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건설이 금융당국의 조사 선상에 오르게 된 연유는 이러하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6월 남북접경지역에서 지뢰제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지뢰제거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당시 서희건설은 효과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남북접경지역과 세계 각국의 지뢰를 제거하는 사업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표는 서희건설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당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서희건설은 남북경협 테마주로 부상했고, 이봉관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경희대학교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호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뢰제거 사업 진출 발표 전까지 주당 1000원 초반 대에 머물렀던 서희건설 주가는 한 때 2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뢰제거연구소는 서희건설이 사업 진출을 발표한 지난해 6월 말 서희건설 측에 MOU 해지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서희건설의 지뢰제거 사업 무산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해지 공문이 오고간 지 무려 4개월 후인 같은 해 10월이었다. 그러자 급등했던 주가는 급락했다. 지난 10월 25일 종가 기준 서희건설 주가는 1주당 1125원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서희건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던 시기에 이봉관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31일~8월 3일에 서희건설 주식 661만 6000주를 팔았다. 7월 31일과 8월 2일에 각각 260만 주, 8월 1일과 3일에 70만 8000주를 각각 매각했다. 이 회장이 매각한 주식 주당 평균 가격은 1750원으로 10월 25일 종가에 비해 55.5%나 높은 수준이다. 이 회장은 이렇게 주식을 매각해 116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이 회장은 주식을 팔기 전 5.88%에 달하던 서희건설 지분이 3.94%로 축소된 상태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지뢰제거 사업 좌초 사실을 알리지 않고 고가일 때 주식을 팔아 사익을 챙겨 도덕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주가 급등 시점에서 서희건설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 때 주주는 지분 확충에 나서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특히 회사 내부 정보를 알고 있는 대주주가 경영권과 관련 있는 지분을 상승 국면에서 대량 매각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며 “눈치 빠른 투자자들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 소식에 보유 주식을 매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비즈한국’은 서희건설 측에 관련 사항을 수차례 문의했으나 “확인해 보고 연락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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