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일자리를 외쳐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올해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어느 정도 선방하며 한시름 덜게 된 셈이다.
다만 여기에는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 내년 일자리 예산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들의 고용 창출을 정책적으로 자극하지 못할 경우 내년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다시 곤두박질 할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고용 탄성치’를 산출한 결과, 우리나라의 고용 탄성치는 2018년 0.15에서 올해(1~9월 말 기준) 0.51로 상승했다. 고용 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GDP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경제 성장이 얼마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용 탄성치가 높을수록 경제 성장으로 늘어나는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고용 탄성치는 2014년 0.73을 기록한 뒤 내림세를 타면서 2015년 0.39, 2016년 0.31, 2017년 0.39를 나타냈으며 지난해에는 0.15까지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57 이후에 가장 낮은 수치다. 2014~2018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 중반에서 3% 초반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고용 없는 성장’ 흐름이 강화돼 온 셈이다.
이처럼 매해 하락하던 고용 탄성치는 올해 상승 반전했다. 올해 3분기까지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1.9%로 과거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취업자 증가율은 1.0%를 나타내면서 고용 탄성치는 0.51을 보였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율이 0.4%였던 점을 감안하면 경기 악화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셈이다.
이러한 고용 탄성치 상승에는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한 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올해 일자리 예산에 2018년(18조 원)보다 17.9% 늘어난 21조 2000억 원을 투입했다. 이러한 예산 덕에 정부 일자리 사업의 중심인 사회복지 서비스업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7.8% 증가했다. 반면 제조업 분야 일자리는 1년 전에 비해 1.7% 감소했다. 국내외 악재로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이었던 상황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고용 탄성치 상승에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올해 예산 조기 집행과 추가경정예산 국회 통과 지연에 따른 예산 지출 공백 영향으로 고용 탄성치가 올 3분기부터 위험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5조 8269억 원 규모의 추경은 정부가 제출한 지 100일 만인 8월 3일에야 국회를 통과하면서 3분기 경제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용 탄성치를 분기별로 보면 올 2분기에 1.47까지 급등했으나 3분기에 0.25로 하락했다. 예산 공백 여파로 정부가 뒷받침하던 고용 창출력이 다시 흔들리는 것이다. 4분기에도 대내외 악재로 경기 둔화 흐름이 예상되는 데다 내년 경제도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내년 일자리 예산을 얼마나 확보해낼 수 있는지가 고용 탄성치 유지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1.3% 늘린 25조8000억 원을 책정한 상태다.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 예산은 올해 2조 1000억 원에서 내년 2조 9000억 원으로 늘렸고, 고용 장려금 예산도 올해 5조 7000억 원에서 내년 6조 6000억 원까지 확대했다. 고용서비스 예산은 1조 원에서 1조 2000억 원으로, 직업 훈련 예산은 2조 원에서 2조 3000억 원으로 늘렸다.
예산 확보와 함께 기업 등 민간 부문의 고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내는 것도 시급하다. 3분기 고용 탄성치가 보여주듯 정부의 힘만으로 고용 창출력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탓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4일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3분기 경기 둔화와 관련해 “민간의 성장궤도가 조금 살아났지만, 기대에 못 미쳤고 정부 부문이 간극을 채우기엔 부족했다”고 일자리 등 경기 개선에 민간 부문 성장이 필수적임을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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