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두산건설이 5개월간 관급공사 수주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약 1400억 원 규모의 매출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의 재무 유동성 확보에 많은 자금을 투입한 만큼, 그룹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 7일부터 내년 3월 6일까지 관급기관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두산건설은 지난해 입찰제한 처분 받은 이후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입찰 자격을 계속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소송을 취하하면서 결국 자격 제한 효력이 발효됐다.
두산건설은 2017년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수서고속철도 건설 당시 뇌물을 제공해 공사비를 부당하게 가로채면서 6개월간 관급공사 입찰 자격제한 처분이 내려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두산건설의 행정소송 중 재심사를 통해 자격정지 기간을 6개월에서 5개월로 1개월 단축했다. 최종적으로 입찰자격 제한 기간이 1개월간 단축된 셈이다.
그럼에도 일정 정도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산건설 측이 자체 파악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 파악한 한국철도시설공단을 통해 1392억 6729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액의 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지난해 매출(1조 5478억 원)에서 차지하는 관급공사 비중은 21%(3343억 원)에 달해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두산건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악재여서 더욱 큰 우려를 낳는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손실 578억 원, 당기순손실 5807억 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626%까지 확대됐다. 재무구조 역시 건전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계열사 재무 지원을 받아 2012년 1조 7291억 원 수준의 순차입금 규모를 지난해 말 기준 7693억 원으로 줄였지만 최근 3년간 영업현금흐름 평균 366억 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두산건설의 부진이 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산그룹 전체의 지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 계열사는 2011년 이후 두산건설에 유상증자, 사업부의 현물출자, 두산건설 보유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과중한 자체 재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며 부담을 늘려가고 있는 모습이다.
두산중공업은 이후 신용등급 하락을 맛보기도 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정기평가를 통해 두산중공업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 같은 부정적인 효과는 지주사인 두산에까지 미쳤다. 박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두산의 주력 자회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 부담 등이 부각되면서 BBB+(부정적)으로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건설에서 시작된 위기가 두산중공업, 두산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으로 이번 관급공사 입찰 제한으로 인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관급공사 제한 처분을 받은 것은 맞지만 현재 입찰 제한이 되는 곳은 철도공사의 물량이고 이외 다른 관급공사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수주를 하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의 본원 사업도 있기 때문에 이번 입찰제한 건으로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물론 관급 공사 입찰자격 제한 조치가 두산건설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현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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