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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소비자도 뜨악 '한국판 블프' 코리아세일페스타 부진한 까닭

소비자 "그게 뭔가요" 업체들은 '참가 고민'…내수 증진 내세웠지만 '효과 미미' 지적

2019.10.23(Wed) 18:24:14

[비즈한국] 백화점에 패션잡화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대규모 할인행사마다 걱정이 앞선다. 할인율이 높아지는 만큼 판매량도 늘지만 수수료를 떼면 그다지 이윤이 남지 않는다. 얼마 뒤로 다가온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부담만 더 느낀다.

 

시민들 반응도 미적지근하다. “그거 아직도 해요?”, “그게 뭔가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 1~2년은 일정을 체크했는데 할인율이 높지 않아서 점점 안 가게 됐어요.” 올해로 5년째이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이름은 아직 대중에게 각인되지 못한 듯했다.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사진은 지난해 행사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코세페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메르스로 침체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된 전국 규모의 쇼핑·관광축제로, 올해는 11월 1일부터 22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비슷한 해외 행사로는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있다. 그간 정부가 행사를 주도한 것과 달리 올해는 유통·제조·서비스 업계 공동으로 모인 민간 추진위원회가 주도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광군제는 대규모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의 단일기업인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반면 코세페는 국내 수백여 기업이 함께 추진한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밝혔다. 

 

#행사 일주일 남았는데도 세부내용 확인 안 돼

 

행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 행사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코세페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참여기업이 확정되지 않아 취합 중이다. 많은 기업이 영업전략상 행사 당일까지 정보 노출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세페 홈페이지에는 359개 참가 기업이 노출돼 있다(10월 23일 오후 4시 기준). 지난해 참여업체 451개와 비교하면 100여 개가 적다.

 

행사 주요 목적인 내수증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코리아세일페스타 경제효과’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참여업체 수는 451개로 시행 초기인 2015년보다 4.9배 증가했지만, 주요 참여 업체의 매출은 오히려 2200억 원 감소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은 “민간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돌린다 해도 한번 자리잡은 인식이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도는 민간이 하지만 판은 정부가 깐 행사이기 때문에 완전 민간주도 행사와 비교해 유연성이나 할인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통사 입장에서도 고객이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행사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하는 코세페 가능할까

 

올해 코세페 주요 이슈는 백화점 참여 여부다. 공정위의 ‘대규모 유통업 특약매입거래 심사지침’ 개정 때문이다. 특약매입거래는 대규모 유통업체가 매입한 상품 중 판매되지 않은 상품을 반품할 수 있는 조건으로 납품업체에서 상품을 외상 매입하는 형태다. 개정안은 세일 행사 시 유통업체가 할인 규모의 최소 50%를 부담하게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백화점협회는 “세일을 없애면 세일 기간 영업이익이 7% 줄어들지만, 할인 금액의 절반을 분담하면 영업이익이 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식이면 코세페뿐 아니라 정기세일도 안 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히며 최근 공정위에 관련 내용 재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11월로 예정된 공정위 지침 개정 시행과 행사 기간이 맞물리면서 백화점들은 코세페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내 5대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AK 백화점) 가운데 홈페이지 참가기업란에 이름을 올린 곳은 현대백화점뿐이다(10월 23일 기준). 참가 의사를 밝힌 현대백화점도 구체적 할인이나 프로모션 내용은 정하지 않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백화점이 참가 신청을 했을 것이다. 아직 외부로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공정위 지침 문제도 영향이 있다. 그 부분는 백화점협회가 대응하고 있어 개별 백화점이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코세페와 같은 전국 단위 대규모 할인행사는 한국의 유통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은 지난해 행사 기간 명동의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특약매입 방식의 거래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는 꾸준히 지적됐다. 2017년 4월 중소기업중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세페와 같은 우리나라의 대규모 할인행사로 인한 납품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코세페 관련 보도자료는 2017년이 마지막이지만, 올해 초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501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유통 대기업의 매출 및 성장세 둔화 등에 따라 할인행사가 상시적이고 빈번해졌으나, 할인행사 관련 비용분담은 아직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에 비추어 봤을 때 아직까지 대규모 할인행사를 대비하는 납품업체들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유통구조 문제도 지적했다. 관계자는 “직매입 구조일 경우 유통사에서 이미 매입을 했기 때문에 재고 부담도 유통사가 지게 된다. 이 경우 미국과 같은 할인율 높은 대규모 행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유통구조는 특약매입거래 비중이 훨씬 높아서 대기업이 재고부담을 갖지 않는다. (코세페 같은 행사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시회나 박람회 같은 행사를 들어가도 실질적인 혜택을 보거나 입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코세페는 백화점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를 권유하는 것 같지 않아서 우리도 올해 참가할 계획이 없다. 코세페와 같은 대규모 행사가 활성화되려면 더욱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유통 구조를 정부가 마련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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