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스마트 쇼핑’을 향한 이마트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마트는 자율주행 카트와 무인 계산대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15일부터는 여의도점에서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인 ‘일라이고’를 2주간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최초다. 일라이고는 고객이 상품을 구매한 후 해당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마트가 자율주행 차량을 이용해 고객의 집 근처나 집 앞까지 물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이마트가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개발한 자율주행 카트 ‘일라이’와 달리 일라이고는 자율주행 기술 전문 스타트업 ‘토르 드라이브’와 손을 잡았다. 토르 드라이브는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제자들과 함께 2015년 설립한 신생 벤처기업이다. 양사의 협업에 대해 계동경 토르 드라이브 대표는 “기술을 실제로 접목한 서비스를 함께할 기업을 찾던 우리와, 미래 쇼핑 환경을 만들고 싶은 이마트의 이해가 일치했다. 상용화에 중점을 두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운전은 스스로 하지만 탑승자는 2명…집 앞 배송은 사람이 직접
100명 대 3명. 이마트가 여의도점에서 당일배송용 자율주행차인 일라이고 시범 운영을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지난 22일, 일반 배송 서비스와 일라이고 이용 고객의 비율이다. 배송 가능 공간이 이마트 여의도점 인근 아파트 두 곳으로 한정된 탓이 있지만 그만큼 신청 고객이 드물었다는 뜻이다. 이날은 오후 3시까지 해당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이 없어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일라이고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매장 내의 키오스크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기존 배달 서비스 이용 고객은 배달전표에 이름과 주소 등을 수기로 적어 접수 데스크에 제출해야 한다. 일라이고를 통해 고객이 물품을 배송받는 방식은 두 가지다. 아파트 내 지정된 장소에서 고객이 직접 물품을 꺼내는 ‘고객 직접 픽업’과 ‘집 앞 배송’이다. 다만 집 앞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5만 원 이상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는 기존 배송 서비스와 동일한 조건이다.
얼핏 보면 일라이고가 훨씬 편리할 것 같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일라이고는 한 번 운행 시 세 개의 짐을 실을 수 있는데, 차에 탑재된 수납함 용량을 초과한 상품은 적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크기가 다른 세 개의 수납함 중 중간 크기의 수납함을 이용해야 하는데, 다른 고객이 이미 그 수납함을 신청했다면 이용할 수 없다. 안내를 담당한 이마트 협력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많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젊은 층은 이것보다는 오히려 쓱닷컴을 이용할 것 같다. 고객들이 오히려 기존의 배송 서비스를 더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마트가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면 인건비를 줄이거나, 배송에 필요한 인력을 다른 업무에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진정한 ‘무인’이 아니기에 큰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라이고에는 운행요원 1명과 배송 서비스 담당요원 1명, 총 2명이 탑승해야 한다. 현행법에 따라 자율주행차에도 운전자가 탑승해야 하는 데다, 아직 ‘자율주행차를 믿지 못하겠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
실제로 현재 시범 운행 중인 아파트 두 곳에서는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아파트 단지 안에서만이라도 수동 운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게다가 집 앞 배송 서비스를 택한 고객들에게는 아파트 단지까지 자율주행차가 간 뒤 사람이 직접 집으로 물품을 갖다주는 것 외엔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계동경 대표는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있다. 이 결과를 통해 보완해나간다면 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며 “(서비스의 성패를 결정짓는 데는) 규제보다는 사람들의 수용성이 더 큰 것 같다”고 의견을 표했다.
#의미 있는 실험, 갈 길 먼 상용화
스마트 쇼핑을 향한 이마트의 움직임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를 읽고, 특히 젊은 여성들은 택배 기사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이러한 분들을 위해 ‘직접 픽업’이라는 하나의 옵션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라이고를 이용해 지정된 장소에 나가 고객이 직접 물품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신청 시 문자로 발송된 QR코드만 접촉하면 돼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다.
그러나 이마트의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온라인 환경으로 발길을 돌린 고객을 끌어모아야 하는 과제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 원의 창립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는데, 메리츠종금증권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0% 감소한 1148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23일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약 1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온라인 환경에서 이마트의 입지 역시 불안하다. 올해 이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해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SSG닷컴)’을 출범했지만 지난 2분기 113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쓱닷컴은 올 6월부터 새벽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롯데슈퍼의 ‘롯데프레시’ 등 대기업과 마켓컬리,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2018년 11월 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우아한신선들은 적자를 이유로 반찬 배달 앱 새벽 배송 서비스인 ‘배민찬’을 종료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1일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 소비재 영업부문 파트너를 이마트 대표로 발탁했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혁신을 꾀하겠다는 것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21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인적 쇄신만으로 유통 채널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평했다.
이마트는 일라이고 시범 운영 후 실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차 수납함 크기 등 몇몇 문제점이 개선될 수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 1년이 될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테스트를 마치고 보완할 부분은 개선해 서비스를 내놓아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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