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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뉴페이스] 실전에도 통할까,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이마트 대표

아마존 등 해외 유통 강자 연구하며 줄곧 '혁신' 강조…실전 경영능력 검증 '도마'

2019.10.21(Mon) 17:56:19

[비즈한국] 이마트를 이끌 새로운 수장은 당초 알려진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아니라 또 다른 ‘유통 전문가’였다. 신세계그룹은 신임 이마트 대표이사로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 소비재 영업부문 파트너를 영입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인사는 매년 12월 초 실시되는 정기 인사보다 두 달 앞당겨진 데다, 외부 인사가 이마트 대표를 맡는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신세계그룹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299억 원의 창립 이래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데다 3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주요 증권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2014년부터 이마트를 이끌던 이갑수 대표가 사실상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가운데, 그 뒤를 이을 강 신임대표에 이목이 집중된다.

 

신세계그룹은 신임 이마트 대표이사로 강희석 베인앤드컴퍼니 소비재 영업부문 파트너를 영입했다고 21일 밝혔다. 강 신임대표는 한마디로 유통업계 전문가다. 사진=베인앤드컴퍼니 캡처


#혁신 강조하는 ‘유통 전문가’…평소 정용진 부회장 언행과 일맥상통

 

강희석 신임대표는 유통 전문가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1969년생인 강 대표는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199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2004년 농림수산부의 농수산물 유통기획과에서 처음 입지를 다졌다. 2005년에는 컨설팅업체인 베인앤드컴퍼니로 자리를 옮겼고, 2014년부터 소비재/유통 부문 파트너로 근무했다. 그는 컨설턴트로 일하며 유통 전략을 세우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의 역할을 맡았다.

 

강희석 신임대표는 유통업계의 ‘혁신’을 줄곧 강조해왔다. 강 신임대표는 지난 2015년과 2016년 유통산업포럼에서 “유통은 패션만큼 빠르게 변한다”며 “미국 아마존은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 기간에 판매 물건별로 가격을 4~5번 바꾼다. 사람들이 더 좋은 물건을 싸게 사려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지난 7월 경영전략회의에서 “미래에 대비한 구조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

 

현재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이마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348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7% 감소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마트는 올해 이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사업부를 분할해 통합 온라인몰 ‘쓱닷컴(SSG닷컴)’을 출범했지만 지난 2분기 113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소비자 구매패턴이 모바일로 옮겨졌는데, 이마트 내부에서는 모바일 구매패턴에 대한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 듯하다”​며 “​내부인사를 중심으로 인사해온 이마트 입장에서 트렌드나 소비자 행태를 잘 아는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고 봤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유통업계 전반을 연구한 강희석 신임대표는 앞으로 이마트에 과감한 혁신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 매장. 사진=고성준 기자


#인적 쇄신으로 구조적 문제 해결 가능할까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유통업계 전반을 연구한 강희석 신임대표는 앞으로 이마트에 과감한 혁신을 도입하며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신임대표는 지난 2014년 열린 한 경제포럼에서 “경영자는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전략적 포트폴리오’를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강 대표는 미국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사례를 들었다. 아마존이 ‘소비자가 사고 싶은 물품을 온라인 환경에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 아래에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헌책도 살 수 있도록 사업 모델을 변경했고, 그 결과 유통 강자로 떠올랐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는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강 대표는 “유통업체와 소비재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 까르푸와 코카콜라가 연합으로 공동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며 “다수의 유통업체가 공동 출자해서 매입전문회사를 만들어 소비자와 접촉하려 한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적 쇄신만으로 이마트가 위기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지용 교수는 “강희석 신임대표는 온라인 사업도 잘 안 되고 오프라인 고객도 감소하고 있는 이마트의 두 가지 상황을 모두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그런데 아무리 외부 인사가 들어와도 내부 시스템이 그대로이면 혁신이 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인 인사라고 보지만 인적 쇄신만으로 유통 채널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상품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 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했다.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재편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상시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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