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7년부터 시작된 서울 부동산의 질주는 2019년까지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중간 중간 보합세가 있었지만 하락하거나 조정장세가 되진 않았다. 문제는 여전히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수요층 대비 매물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전세도 매매도 매물이 없다. 특히 ‘겨울 시장’에 이사할 집들이 없다. 2019년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신규 입주 물량이 있던 해였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매매가도, 전세가도 조정이 되어야 했을 시장이다. 왜 시세가 계속 오르는 것일까?
서울을 제외한 지방 부동산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전 정도만 제외하면 눈에 띠는 상승지역은 없다.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역이 태반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수요층들이 지난 2년 동안 모두 서울로 상경한 것도 아닌데 왜 서울만 부동산 시장이 뜨겁고 지방은 냉탕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질 못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과 상관없이, 자가든 전세든 우리는 거주할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충분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가로 거주하고 싶은 세대는 집을 사야 하는 것인지, 그냥 임차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 없다.
서울처럼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지역에서도 자가든 임차든 거주주택을 선택해야 한다. 지방처럼 집값이 하락할지 다시 상승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에서도 자가든 임차든 거주 주택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정부, 기업, 개인의 움직임을 보면 더 판단이 어려워졌다. 정부는 서울 집값만을 잡으려는 정책을 연일 쏟아내고 있고, 지방에 대해서는 일언의 언급도 없다. 건설사들은 지방 분양 사업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대구, 대전 등의 광역시 급에서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신규 아파트는 거의 공급조차 되지 않는다.
개인은 비싸더라도 신축을 사야 하는지, 구축은 이제 매수하면 안 되는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 자가 거주 희망층뿐 아니라 임차 거주 희망층 역시 판단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서울 전세 수요층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 서울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경기, 인천의 전세를 구한다. 서울 출퇴근자의 경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전세 매물은 내가 희망하는 지역, 희망하는 아파트에는 늘 매물이 부족하다. 내가 살고 싶은 않은 입지, 살고 싶은 않은 주택들만 나와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가장 안전한 거주 주택 선택 방법이라고 하는 자가 거주 희망층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다. 정부는 이 시장으로 몰리는 수요층을 최대한 막기 위해 다양한 수요 억제책을 내놓고 있다. 그 중 분양가 상한제는 2019년의 가장 핵심 정책이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10월 말 공포가 유력해졌다. 이달 말 공포되면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시행되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공포되면 투기지역 중 재건축 진행 지역을 중심으로 바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최근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상한제 외에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서울뿐 아니라 가격이 오르는 지방 부동산 시장에도 규제가 적용될 것이다. 이렇게 전개되는 시장에서 소비자 입장에서의 활용 전략을 정리해 보자.
먼저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사업 속도를 높여 빨리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단기적인 지출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준공 후 시세 상승을 노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두 번째, 청약 가점이 높은 세대는 당연히 알짜 분양 단지 청약을 노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청약 가점이 낮은 세대의 경우, 많지는 않겠지만 입주권·분양권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리미엄을 주고 매수한다 해도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입지에 대한 눈높이를 조금 더 낮추면 대단한 좋은 매물들이 많은 시장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 번째, 기존 아파트 매수를 희망하는 경우는 가격을 보고 결정하면 안 된다. 2017~2018년 엄청난 상승장에서도 소외된 지역, 상품의 경우는 대기 수요층이 적거나 없다는 의미다.
지금은 투자 수요층 위주의 대세 상승장이 아니다. 조정장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입지와 상품이 아니라면 굳이 지금 매수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한 단계 아래 지역의 새 아파트를 공략하는 것이 좋다.
네 번째, 지방 아파트 시장은 더 유의해야 한다. 현재 대전을 제외하면 시세 움직임이 좋은 시장이 없다. 구축의 경우는 더 그렇다. 신축 위주로 접근하되 지방은 가격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랜드마크(최고가) 아파트가 아니라면 랜드마크 아파트와의 가격 차이를 면밀히 검토한 후 매수해야 한다. 신축은 단기적인 조정이 오더라도 중장기라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구축의 경우는 세 번 이상 검토 후 매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정을 심하게 받은 지역들이 있다. 조정을 받는다고 해서 나쁜 입지가 아니다. 2010~2013년 서울·수도권도 엄청난 조정을 받았다. ‘버블 세븐’이 조정이 많이 된 지역을 통칭하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그 버블 세븐 중 기본적인 수요가 많고 호재가 있는 지역들은 다시 상승했고, 이미 전고점을 넘어 크게 활성화됐다.
지방 조정 지역도 마찬가지다. 현재 시세가 많이 빠져 있을 때 객관적인 입지·상품 분석을 해 보길 바란다. 틀림없이 눈에 띠는 지역과 상품이 있을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 등이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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