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데 이어 15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자리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 지지층 일부는 경제 정책이 친기업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지만, 현재 경제 상황 돌파를 넘어 장기적인 성장률 재고를 위해 필요한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행과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한국 잠재성장률 분석에서 양 기관 모두 향후 성장률을 좌우할 요소로 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목한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투입요소별 잠재성장률 기여도 분해’ 자료에 따르면 약 10년 전인 2006~2010년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4.1%였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자본투입과 노동투입, 총요소생산성(노동·자본을 제외한 기술·경영혁신·노사관계 등의 생산 기여도)의 3가지 요소 중 자본투입이 잠재성장률에서 차지하는 기여도는 ‘1.7%(기여도의 경우 ‘1.7%p’ 표기가 맞으나 증감의 %p와 구분하기 위해 따옴표로 표시)’였다. 노동투입의 기여도는 ‘0.5%’였으며, 총요소생산성은 ‘1.9%’를 차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 3.2%로 하락한 데 이어 2016~2020년에는 2.7%까지 하락했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 원인은 자본투입와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급격히 하락한 때문이다. 2016~2020년 노동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0.4%’로 10년 전에 비해 0.1%p 떨어지는 데 그쳤다.
반면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는 ‘0.9%’로 10년 전과 비교해 1.0%p나 떨어지며 반 토막 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투입의 기여도 역시 10년 전보다 0.3%p 하락한 ‘1.4%’에 그쳤다. 잠재성장률이 물가상승 유발 없이 이룰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라는 점에서 자본투입이나 총요소생산성을 늘리지 않는 한 성장률 자체가 하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러한 분석은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잠재성장률’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6~2010년 4.2%였던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 3.2%로 떨어졌고, 2016~2018년에는 2.9%로 하락했다.
노동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6~2010년 ‘0.2%’로 성장률 자체에 주는 영향이 적었다. 2016~2018년에도 노동투입의 기여도는 ‘0.1%’에 그쳤다. 반면 총요소생산성의 잠재성장률 기여도는 2006~2010년 ‘2.1%’에서 2016~2018년 ‘1.2%’로 0.9%p 떨어졌다.
자본투입의 잠재성장률 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1.9%’에서 ‘1.6%’로 0.3%p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과 자본투입 하락이 잠재성장률 하락을 가져온 것이다. 문제는 2019~2023년 잠재성장률은 2.4%까지 하락하는데 이는 노동투입(‘0.1%’)과 자본투입(‘1.1%’), 총요소생산성(‘1.2%’) 의 3가지 요소 중 자본투입과 총요소생산성 급락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9~2023년 자본투입 하락의 원인으로 설비투자 증가세 둔화를 꼽았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연평균 증가율이 1.2% 정도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은 기술 혁신을 어렵게 해 결국 총요소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국의 향후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나서서 설비투자를 위해 자본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계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과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방문의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삼성의 퀀텀닷 디스플레이 개발 13조 1000억 원 투자 계획에 ‘과감한 도전을 응원한다’, ‘혁신 노력을 축하한다’고 말했고, 현대차 연구소에서 ‘세계 최고의 전기차·수소차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며 “현재의 경제 위기는 물론 향후 잠재성장률 재고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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