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70억 원 뇌물 제공 및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대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선언한 롯데 지배구조 개편의 정점인 호텔롯데 상장은 장기간 표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일본기업’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직후인 2016년 10월 25일 경영쇄신 방향에 대해 “호텔롯데의 상장을 조속히 재추진하겠다. 그룹의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해 주주 구성을 다양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호텔롯데는 2017년 10월 롯데제과 등 4개 계열사 투자부문을 합병해 롯데지주를 출범하기 전까지 한국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곳이다. 하지만 호텔롯데는 일본기업의 한국법인이라는 논란을 떨칠 수 없을 만큼 일본롯데그룹의 핵심 국내 연결고리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와 일본롯데계열 11개 L투자회사, 일본 광윤사, 일본 패미리 등 일본롯데그룹 자본이 지분 99.28%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광윤사는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 3분의 1을 갖고 있다. 그 밖에 호텔롯데 0.17%, 부산롯데호텔 0.55%를 보유하고 있지만 극히 미미해 일본롯데가 사실상 호텔롯데를 완전히 소유하는 형태다.
또 호텔롯데는 출범 때부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돼 조세 및 비자 등 각종 혜택을 받았다. 호텔롯데는 공시를 통해 스스로 1973년 5월 5일 관광호텔업을 목적으로 설립돼 1979년 12월 31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등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이란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이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우, 조세 및 비자 등 다양한 방면의 혜택을 받는다. 외국인투자촉진법에 의하면 주식회사 자본금이 1억 원 이상이고,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의 10%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시장개방에 따라 외국인투자기업이 된 회사들도 있지만, 호텔롯데는 출범부터 일본 자본에 의해 설립된 한국기업이라는 점에서 시장 개방에 따라 형태가 바뀐 기업들과 다르다. 호텔롯데는 지금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막대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래서 한국롯데는 일본롯데와의 분리 및 일본기업 논란을 벗기 위해 외국인투자기업이자 일본롯데에 예속된 호텔롯데로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롯데지주를 설립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선언 후 2016년과 2017년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보복 여파로 면세점 업황이 기울며 상장을 보류했다. 실제로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부문인 면세점 사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1577억 원으로 사드 보복 전인 2016년 3435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호텔롯데 상장 추진은 롯데지주가 담당하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당분간 호텔롯데의 상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황 부회장은 지난 15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여성이사협회(WCD)에 참석해 “여건만 되면 호텔롯데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논하긴 어렵다. 투자자를 설득할 만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는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관계자는 “외국인투자기업이 맞지만 국내에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했다. 호텔롯데는 배당도 장기간 하지 않다가 2004년부터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안다. 일본으로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은 상장을 통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상장을 추진한다. 호텔롯데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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