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품질의 제품을 전 세계에서 경험하는 세상이다. 창의력을 잃어가는 세상에서 마을 브랜딩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딩 전문가 8인이 브랜드 동향 및 전략에 대해 공유하는 자리인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9’에서 네 번째 강연자로 나선 윤주선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마을재생센터장이 도시 재생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마을 브랜딩에서 시작하는 도시재생’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윤주선 센터장은 “○리단길 등과 같이 마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는 게 전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이마저도 비슷해져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어떤 식으로 마을을 브랜딩해야 다양성과 소비력을 동시에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주선 센터장은 ‘운영자’에서 답을 찾았다. 과거엔 공간을 먼저 짓고, 콘텐츠를 생각해 운영자를 뽑는 체계였다면, 개성 있는 운영자가 자신이 개발한 콘텐츠를 부각할 가장 적합할 장소를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운영자는 보는 힘(Curation)과 엮는 힘(Collaboration)을 지녀야 한다. 누구나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정보 과잉 시대에서 이색적인 정보를 골라내 그것을 엮어내는 게 운영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렇다면 윤주선 센터장이 주장하는 마을 브랜딩은 왜 필요한 것일까. 그는 퇴근 후 사람들이 느끼는 마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근대 직장인들은 육체적 노동이 주였다. 즉 퇴근 후엔 업무에서 느낀 육체적 피로를 풀어줄 공간이 필요했다. TV를 보고, 누워서 쉴 공간 같은 게 마을의 역할이었다.
그러나 최근 직장인들은 새로운 것을 계속 생각해야 하는 창조적인 노동을 한다. 퇴근 후엔 고갈된 창의력을 재충전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과 후 밥을 먹고 여가를 보낼 때도 누구와 어떤 음식을 어디서 먹는 게 중요해졌다. 직장인들의 창의력을 재충전할 장소가 현대의 마을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주선 센터장은 마을 브랜딩을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스스로 하는 도시계획(DIY Urbanism)’과 ‘지역 관리회사(Area Management)’이다.
스스로 하는 도시계획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 ‘운영자’ 주도하에 이뤄지는 도시계획이다. 윤주선 센터장은 “나이키 슬로건인 ‘just do it’이 탄생한 미국 포틀랜드엔 생각하는 사람(Thinker)이 아닌 일단 해보는 사람(Doer)이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그들은 생각만 하지 않는다. 일단 하고 본다”며 “합의를 하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한 걸 작게, 가볍게, 싸게, 빠르게 시작하고 본다. 이후 수요자 반응을 분석해 파이를 키워나가는 게 스스로 하는 도시계획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플라자 역시 지역 사람들이 조금씩 길을 막아가며 페인트를 칠해보면서 지금의 차 없는 거리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주선 센터장이 주장하는 지역관리회사는 이른바 ‘마을판 JYP엔터테인먼트’다. 운영자가 중요하지만 혼자서 무언가 시작하기 어려운 운영자들을 묶어줄 에이전시가 바로 지역관리회사인 것이다. 그는 “군산시 영화시장이 지역관리회사인 주식회사 지방에서 브랜딩한 마을이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운영자들을 엮어 관리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마을 브랜딩으로 ‘커뮤니티 호텔’을 꼽고 싶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모든 편의시설이 들어 있는 호텔이 아니다. 빨래할 땐 동네 세탁소를 연결해주고, 무엇을 사야 할 땐 동네 슈퍼를 연결해준다든지, 마을의 모든 편의 시설과 연결된 호텔이 커뮤니티 호텔”이라며 “그러려면 마을을 가장 잘 아는 운영자가 호텔을 운영해야 한다. 손님과 호텔 주인만 호흡하는 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크리에이터, 다른 관광객까지 모두 엮는다면 마을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주선 센터장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마을재생센터장이다. 노후한 군산시 영화동 일대의 시장 골목을 되살리는 프로젝트 등을 주도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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