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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택시와 타다의 '상생', 그리고 소비자

질적 향상 없이 경쟁 제한하면 소비자 거부감 불러일으켜 외면 받게 돼

2019.10.16(Wed) 17:53:42

[비즈한국] 택시업계와 타다의 분쟁과 상생안 추진 과정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소비자들의 태도다.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 향상’을 주장하면서 타다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면서 상생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소비자들이 타다에 우호적인 이유는 그동안 택시 서비스의 질적 정체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된다. 시대도 인식도 많이 변했는데 택시 서비스의 질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전 세계 선진국에서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택시 요금이 한몫하는 게 사실이다. 택시 요금이 저렴하게 묶여 있는 관계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질 여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개인택시 기사들이 ‘타다’ 퇴출촉구 집회를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벌였다. 사진=이종현 기자

 

그러나 타다의 등장과 소비자들의 열광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다소 돈을 더 주더라도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택시업계가 타다를 퇴출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택시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요구가 좌절되면 소비자들은 그 분노를 택시에 표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은 택시를 외면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다.

 

흔히 경쟁의 논리를 이야기할 때 ‘대자본의 부당함’에 대해 많이 말한다. 거대 자본이 소상공인의 영역을 빼앗는다는 논리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대자본이 소상공인의 영역을 빼앗은 것이 아니다. 시장이 성장하고 고도화한다는 것은 그 영역이 자본의 영역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효용을 전달해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대자본에게 책임을 돌리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에 대자본을 문제 삼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대형 자본이 주는 이득을 포기하고 소상공인을 선택하려면 명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무엇이 다른지, 어떤 부분이 특별한지, 왜 그것을 이용해야 하는지는 소상공인들이 제공해야 한다. 좀 더 특별한 상품, 좀 더 의미 있는 상품이란 점에서 결국 질적 수준의 향상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보자면 상생은 대형 자본, 거대 기업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따라서 진정한 상생은 소상공인들이 소비자들에게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향상을 이뤄내는 것이 전제가 된다. 그게  니라면 애초에 상생 자체가 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상황이라면 그 속도를 늦추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돌리기 위해 다른 경쟁자를 제한하고 억누르는 행위는 길게 보면 소비자들의 극심한 반발과 거부감을 부르기 마련이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 그 수명이 다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상생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소상공인들이 질적 향상을 약속하고 이뤄냄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더 나은 혜택을 주는 것이다.

 

상품도 서비스도 결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고 거부감을 부르는 행위는 상생이라 보기 어렵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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