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Story↑Up > 스타일

[클라스업] 회사에 일하러 왔지, 외모평가 받으러 왔나

바비인형도 바뀌는 시대에 '외모 지적질'이 웬말인가요

2019.10.14(Mon) 12:29:39

[비즈한국] 바비인형 하면 백인, 금발머리와 9등신의 날씬한 몸매가 떠오를 것이다. 비현실적으로 마른 몸매와 백인 우월주의, 과도한 섹시함이 보이지만,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흑인 바비가 나오더니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키 큰 바비가 나왔고, 올해 들어선 의족을 한 바비와 휠체어를 탄 바비, 최근에는 젠더 뉴트럴 바비까지 나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외모로는 구별되지 않는 하나의 인형 몸체에 머리 길이나 옷을 통해 성을 표현할 수 있게 만들었고, 백인과 흑인, 아시아인, 아랍인 등 다양한 피부톤과 다양한 의상도 선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인종 다양성과 성별 다양성 모두 충족하는 인형인 셈이다. 

 

백인 미녀의 상징이던 바비인형은 이제 흑인, 아시아인, 아랍인 등 인종은 물론 통통한 바비, 휠체어 탄 바비, 최근에는 젠더 뉴트럴 바비까지 나왔다. 성, 인종, 외모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사진=마텔 홈페이지

 

바비인형은 1959년에 처음 나왔으니 이제 환갑을 맞았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철 들고 생각도 깊어지고 책임감도 늘어나듯, 바비인형도 꽤 달라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성이나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과 외모 차별을 없애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는 증거다. 

 

패션계도 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다 귀하고 멋지고 아름답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날씬하고 키 큰 모델 중심에서 벗어나 플러스 모델이 점점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각자 개성을 가진 미를 추구하는 흐름이 밀레니얼 세대에게 적극 받아들여지다 보니, 패션업계가 젠더 뉴트럴, 보디 포지티브를 적극 반영하는 마케팅에 앞장설 수밖에 없다. 패션업계의 생존을 위한 변화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진화를 반영하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패션은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결국 사회와 시대가 바뀌면 패션도 스타일도, 그걸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도 바뀌는 게 정상이다.

 

여전히 직장에서 후배들의 외모나 스타일에 ‘평가질’을 하는 상사들이 있다.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한다느니, 화장은 해야 예의라느니, 살을 빼라느니 등의 말도 지금 시대에선 폭력이다. 후배는 일하러 온 것이지, 외모 평가받으려고 출근하는 게 아니다. 남의 외모나 스타일을 함부로 평가하고 지적할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솔직히, 지적하는 상사들의 외모나 스타일도 완벽하지 않다. 지위나 나이가 많다고 ‘갑질’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직장은 일하는 곳이지 외모 평가의 공간이 아니다. 과거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요즘 들어서 이런 걸 문제 삼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나 지금이나 문제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과거엔 ‘을’인 후배가 저항할 수 없었다. 평생직장이자 종신고용 시대였고, 조직문화가 지금보다도 더 보수적이고 위계구조는 견고했다. 부당함에 저항했다가 손해 보는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부당함을 참아넘겼던 것뿐이다. 지금은 평생직장이 없는 데다 부당함에 대한 저항은 당연한 권리가 되었고, 조직의 위계구조도 더 이상 과거와 같지 않다. 

 

외모 얘기는 사적 관계에서도 아주 조심해서 할 얘기인데, 직장에서 만난 선후배나 업무상으로 만나 사람들의 관계에선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쁘게 입고 온 후배에게 칭찬하면서 외모 얘기 하는 건 괜찮지 않느냐고? 가급적 상대의 외모 얘긴 언급 안 하는 게 예의다. 칭찬이라도 다 기분 좋은 게 아니다. 위아래 훑어보듯 하면서 외모 얘길 하는 사람들이 하는 칭찬은 듣고도 기분 나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발, 외모 얘기 빼놓고는 할 얘기가 없는 사람처럼 굴지 말자. 

 

인형도 바뀌는 시대,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안 바뀌겠다면 그냥 꼰대 소리 듣거나 욕먹는 걸 감수하면 된다. 근데 욕은 먹기 싫고, 꼰대 소리도 듣기 싫다면서 과거의 행태를 고수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도,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는 것도 ‘클라스’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클라스업] 지금, 자기 얼굴에 책임지고 있습니까
· [클라스업] 밀레니얼 세대가 구찌를 사랑하는 이유
· [클라스업] 당신의 에코백이 진짜 '에코'가 되려면
· [클라스업] 우리는 호텔에 '애프터눈 티' 마시러 간다
· [클라스업] 일본 제품 보이콧과 우리의 '클라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