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내년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D램 가격이 전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고,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관측돼서다. 미·중 무역분쟁 등 돌발 변수가 많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통신업체 ‘스프린트(Sprint)’의 행보가 내년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프린트가 앞으로 어떻게 반도체 시장을 좌우할까.
스프린트는 미국 4위 통신업체로 2012년 소프트뱅크가 22조 원을 주고 인수했다. 스프린트는 지난해부터 미국 3위 통신사 T모바일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지난 5월 이를 조건부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이 합병하면 합병 법인의 대주주는 소프트뱅크가 된다. 미국으로서는 외국계 자본이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에도 두 통신사의 합병을 승인해준 것이다.
미국 당국이 제시한 조건은 흥미롭다. 두 법인의 인수·합병(M&A) 절차가 끝나는 시점부터 3년 내에 미국 인구의 97%를 5세대(5G) 이동통신 커버리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합병이 종료된 뒤 6년 내에는 미국 인구의 99%를 커버해야 한다.
FCC가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은 스프린트가 미 통신시장에 ‘메기’가 돼 달란 것이다. 미국은 5G가 앞으로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지만, 중국에 뒤처진 상태다. 콘텐츠는커녕 5G 인프라조차 아직 깔리지 않았고 단말기 보급도 미진하다.
미 통신시장은 버라이즌과 AT&T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은 사업성이 확보되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인프라 설치에 나서고 있다. 이에 3위 통신사인 합병 스프린트가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 버라이즌과 AT&T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투자가 막 오르는 것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5G 인프라는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와 기지국처럼 전국 곳곳에 엣지 서버를 설치해야 해서 D램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인프라가 확장되고 콘텐츠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등 스마트 디바이스가 늘어나고 정보처리량도 커지기 때문에 반도체 수요는 대폭 늘어난다. 물론 AP 등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IHS마킷은 내년 반도체 시장이 다시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며 5G 기술 도입이 ‘엄청난 동력(formidable force)’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스프린트가 행동에 나설 때가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반등할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반도체의 안정적 수급과 맞춤형 제품 생산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을 찾았을 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반도체와 관련한 논의를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얻는다.
미국의 5G 성공은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인 네옴(Neom)이나 쿠웨이트 압둘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으로 옮겨간다. 중동의 여러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5G 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프라 확대와 콘텐츠 유통 방향 등을 보고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5G가 물꼬를 트면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대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포기하고 클라우드로 전환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수요 확장에 긍정적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의 추가 투자가 기대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이 5G 인프라 구축을 치고 나가면서 미국으로선 초조해졌다.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스피린트의 기초 투자안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5G 확대로 반도체 가격 상승을 우려한 클라우드 업체들이 미리 반도체 재고를 쌓아두려는 심리도 시장에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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