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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박, 안색으로 합격 판단? AI 면접에 취준생 혼란 가중

도입 기업 170개 이르지만 알고리즘 비공개…취준생들 "기준 몰라, 공정한 평가 맞나?"

2019.10.14(Mon) 10:51:24

[비즈한국] 강 아무개 씨(25)​는 지난해 치른 금융권 AI(인공지능) 인·적성 면접을 떠올리면 지금도 씁쓸하다. 강 씨는 ‘고작 기계 따위가 나를 평가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카메라 렌즈 앞에서 열심히 자기소개를 했다. 면접 전 필승법을 찾기 위해 유튜브나 취업준비생 카페를 뒤졌지만 신빙성이 없는 ‘카더라 정보’뿐이었다.

 

‘계속 웃는 표정을 지어야 한다’거나 ‘어차피 기업에서도 참고용으로만 쓰니 대충 해도 된다’는 식이었다. 면접관을 대면하는 것과 집에서 잠옷 바지와 면접용 재킷을 언밸런스하게 입은 채 컴퓨터와 대화하는 건 느낌이 완전 달랐다. 대면 면접은 당락에 대한 느낌이라도 있는 반면 AI 면접은 아무런 피드백도 없었다. 통과하긴 했지만 찝찝한 경험으로 남았다.

 

AI 면접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AI 면접을 포함한 채용 플랫폼 ‘인에어’를 출시한 IT 업체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현재 170개 회사가 AI 면접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SK하이닉스, KB국민은행, LG유플러스, 한미약품 등 대기업과 일부 공공기관도 포함된다. 최근에는 경복대학교가 전국 대학 최초로 수시 신입생 선발에 AI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AI 채용시스템’은 2018년 공인노무사 시험 인사노무관리론 과목 중 한 문항으로 제시됐을 만큼 최근 인사 관리 기술 분야에서 핫한 주제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올해 열린 3월 HR 분야 콘퍼런스 ‘​H레볼루션 2019’​에서 “과거 주관적인 사람의 판단과 편견으로 채용을 했던 모순이 새로운 대안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표정·움직임·​맥박 등으로 지원자 평가, 아직은 참고용

 

마이다스아이티 홈페이지에 따르면 AI 면접은 자기소개·지원동기 등 구술면접과 단답식 문항으로 구성된 인성검사, 상황에 대한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 상황면접, 사고력·창의력 테스트 게임 형식인 적성검사로 구성된다. 지원자는 PC와 웹캠, 마이크를 활용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응시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은 지원자의 답변과 실시간 반응을 분석한다.

 

AI는 뇌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응시자가 게임별로 응답한 반응 시간, 의사결정 종류와 방향, 학습 속도 등의 데이터를 얻는다. 또 표정, 움직임, 음색, 음높이, 휴지를 포착해 특징을 추출하거나 주로 쓰는 단어가 긍정인지 부정인지, 미사여구와 접속사는 얼마나 쓰는지 등을 데이터화한다. 맥박 측정, 안면 색상 평가도 이뤄진다.

 

기업들은 ‘서류 심사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각자 필요한 부분에서 AI 면접 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AI와 면접자가 치른 면접 영상을 고차 전형에서 참고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별도의 확인 없이 AI가 판단한 당락만 참고하는 기업도 있다. 후자의 경우 지원자가 ‘어떤 내용의 답변을 했는지’보다 어떤 표정과 움직임을 보였는지와 같은 반응 관련 요소가 중요해진다. AI 면접은 대체로 인·적성 검사 단계에서 이뤄지며, 도입 초기인 만큼 결과를 참고용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공채보다 수시 채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면접 비용을 고려했을 때 AI 면접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전체 면접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내부에서 평가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취준생에겐 공부해야 할 전형 하나 더 생긴 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금융권 채용 과정에서 AI 면접을 본 송 아무개 씨(27)​는 “가장 힘든 건 확실한 자료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주로 인터넷 사이트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정보를 얻었는데, 정확한 평가 기준을 알 수 없으니 대비하기도 어려웠다. AI 면접이 단순 참고자료가 아니라 채용 과정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취준생을 위해 더 많은, 확실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씨는 “AI 평가 도입이 ‘공정성 강화’라는 기업의 홍보 문구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AI를 면접에 도입하는 것 자체로 ‘공정한 평가’라 생각되기보다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지금처럼 응시자가 피드백을 따로 받을 수 없는 데다 평가 기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공부해야 할 전형이 하나 더 생긴 것뿐”이라고 말했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취준생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AI 면접 목적은 올바른 채용, 합리적인 채용, 공정·공평한 채용이다. 하지만 최근 비용을 받고 정확하지 않은 컨설팅을 하는 곳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AI 면접에 대한 정보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뿐 아니라 자체 강연이나 설명회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고학수 서울대학교 인공지능정책 이니셔티브 공동디렉터(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면접이 확대되는 흐름을 평가하는 데는 말을 아꼈다. 고 교수는 “AI 면접에 인공지능이라고 할 만한 기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된 바 없다.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심장박동이 좋은 후보자를 골라내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AI 면접에 대해 ​지금은 아주 기본적인 질문도 나오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장박동과 관련해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안면색상의 변화를 통해 심장박동을 측정한다. 지원자의 얼굴에서 68개 포인트를 추출해 얼굴 부위의 미세 움직임을 분석하고 표정변화를 통해 주요 감정들을 분석한다. 현재 평가에는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보현 기자 kbh@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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