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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지역화폐가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을까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는 한계 탓, 소상공인 경쟁력 키우지 않으면 '독' 될 수도

2019.10.10(Thu) 14:28:51

[비즈한국] 최근 행안부는 지역화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재정이 모자랄 정도라고 브리핑을 했다. 지역화폐 사업이 행안부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므로 내년에도 지역화폐는 더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원론적인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지역화폐가 과연 지역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은 당연하게도 ‘예스’이다. 지역화폐는 할인율과 혜택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리고 이 할인율과 혜택만큼 재정을 투입하는 효과가 있기에 지역의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에게 그만큼 매출의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을 방문해 지역 상품권으로 과메기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재정으로 유지되는 할인율과 혜택으로 인해 지역 밖의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이커머스를 통한 편의를 포기하고 지역 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인센티브가 지자체의 재정투입에 기반하는 만큼 지역화폐의 사용량이 늘수록 재정부담도 급격하게 늘어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지자체와 행안부를 통해 이뤄지는 할인율과 혜택은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소비자들이 지역화폐를 이용하는 이유가 할인율과 혜택 때문인 만큼 혜택이 축소될 경우 지역화폐 이용률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소비자들에게 정부의 재정지원과 혜택이 아닌, 굳이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덜 이용하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의 질과 편의성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서는 그간 지역 가게를 이용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에 이용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지역화폐를 발판으로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을 더 어필하고 질적 향상을 추구해야만 한다.

 

소상공인의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이 중요한 것은 지역화폐의 효과가 지역 내 모든 소상공인에게 동일하게 돌아가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지역화폐는 일반적인 보조금과 달리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지역 내에서도 좀 더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지역화폐를 사용하게 된다. 이는 지역화폐의 혜택이 지역 내에서도 더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를 배제하더라도 경쟁이란 본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효용이나 편의가 있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더라도 소상공인 스스로가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이라도 비즈니스의 본질은 경쟁이고 경쟁에서는 더 나은 경쟁력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내년엔 지역화폐 규모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본다. 적어도 지역의 소상공인에겐 그만큼 이득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는 혜택에 기대어 경쟁력 향상을 도외시할 경우 혜택이 사라지고 나면 더 큰 후퇴에 시달리게 된다. 경쟁력 있는 곳들은 꾸준히 자신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질적 향상을 이뤄내기에, 가만히 있는 사람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후퇴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그런 점에서 기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해야 하는 일은 결국 왜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소비자들을 납득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되지 않는다면 지역화폐도 골목상권을 살릴 수가 없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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