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항공권·에어아시아 제휴, 항공예약업계 '태풍' 될까

[비즈한국] 네이버 항공권이 10월부터 말레이시아 국적의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와 업무 제휴를 맺는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는 항공기 220여 기를 보유한 아시아 최대의 LCC로 이번 네이버 항공권과의 제휴가 국내 항공예약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은 여행사 반발로 직접 제휴 못 해  

네이버 항공권은 전 세계 항공편 실시간 가격비교를 표방하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그간 항공사들과 직접 제휴는 하지 않고 항공권을 취급하는 여행사들과 제휴해 소비자가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네이버 항공권에 입점한 여행사들의 보이콧 때문이다. 파급력을 가진 네이버 항공권이 항공사와 직접 거래할 경우 여행사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입점 여행사들이 네이버와 항공사가 직접 제휴하지 못하도록 압박한 것.

2018년 6월, 제주항공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네이버 항공권과 직접 제휴를 시도하자 네이버 항공권에 입점한 15개 여행사들이 일제히 반발한 일이 있었다. 항공사가 가격비교 플랫폼에서 직접 항공권을 판매할 경우 항공권의 2차 판매자인 여행사들의 요금이 더 높을 수밖에 없어 여행사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국내 항공예약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알려진 스카이스캐너는 전 세계 대부분의 항공사와 직접 제휴를 맺고 있다. 네이버 항공권 입장에서는 가장 큰 경쟁상대인 스카이스캐너에 가격에서 밀릴 수밖에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네이버는 당시 “여행사들과의 유대와 국내 업체로서 여행사 매출에 대한 도의적 입장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항공과의 제휴가 원활하지 않게 되자 네이버 항공권은 부킹닷컴 계열의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인 카약과 제휴하는 방법으로 여행사와 마찰을 피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항공사와의 직접 제휴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 역시 카약과 제휴된 모든 항공사를 노출한 것은 아니어서 한계가 있었다. 여러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네이버 항공권은 익스피디아, 와이페이모어 등과도 제휴한 상태. 이런 상황에서 동남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와의 제휴는 향후 네이버 항공권의 행보를 짐작케 한다. 

#네이버와 외항사 직접 제휴는 최초  

네이버 항공권에 입점한 여행사 관계자는 “에어아시아는 LCC의 특성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판으로 항공권을 판매해 왔다. 몇몇 여행사를 제외하고는 에어아시아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행사가 드물었기 때문에 네이버 항공권이 에어아시아와 제휴한다고 해도 당장 여행사 매출이 줄어들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은 여행사들의 항공매출 비중에서 상당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제휴 발표 시 여행사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에어아시아의 경우는 여행사들의 매출 비중이 거의 없어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여행 수요가 한정적인 반면 경쟁사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인천-세부를 취항하는 노선 중 에어아시아가 가장 싸다면,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제주항공이나 이스타항공 등이 결국 고객을 뺏기게 된다.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행사도 마찬가지. 당장 에어아시아로 인한 매출 감소보다는 반사효과가 나타나며 매출이 줄어드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항공업 관계자는 “외항사는 국적항공사에 비해 취항하는 노선수가 적은 데다 한국 출도착 스케줄이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항에서 국적항공사 우선으로 좋은 슬롯을 배정하기 때문인데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에어아시아가 국내 취항하고 있는 노선 수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다른 항공업 관계자는 “네이버 항공권이 외항사와의 제휴를 은근슬쩍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행사 매출에 직접 타격을 주지 않는 외항사를 중심으로 항공사 직접 제휴를 늘려나갈 공산이 크다”며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하나둘 국적 항공사들과도 제휴할 수 있다. 네이버 항공권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 스카이스캐너처럼 여행사들에게 ‘싫으면 나가’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항공권과의 제휴가 한 차례 좌절된 제주항공 측은 “아직 네이버 항공권과의 직접 제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LCC들도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네이버 역시 “에어아시아와의 제휴는 항공사 콘텐츠 확보를 통해 이용자 검색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업계의 반발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젊은 배낭여행객, 에어아시아 활용 늘 것 전망

에어아시아는 현재 26개국에 140여 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쿠알라룸푸르를 거점 공항으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인도, 일본에 계열사를 설립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넓혀가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세부, 클락, 마닐라, 방콕, 보라카이, 쿠알라룸푸르 등 6개 노선이다. 노선 수는 적지만 모두 인기 노선이다. 또 이들 중 하나의 도시를 경유해 타 도시나 국가로 가는 경유 노선이나 다구간 노선을 이용한다면 노선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인천 직항 노선이 비싼 편인 몰디브나 발리를 에어아시아를 이용해 방콕을 경유해 간다면 훨씬 저렴하게 갈 수도 있다. 세계적인 허브 공항인 방콕에는 사실상 전 세계로 가는 노선이 있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다.

여행업 관계자는 “국내의 동남아 수요가 대부분 일정이 짧고 가족 단위가 많아서 도시 하나를 경유해 타 도시로 간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고객은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시간을 아끼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을 상대로 배낭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대표는 “시간보다 비용을 아끼고, 에너지 낭비보다는 경험을 사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커머스 업체 항공팀 관계자는 “가격비교를 해주는 메타서치의 활성화로 대한항공을 타고 갔다가 이스타항공을 타고 돌아오는 퓨전페어(fusion fare)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예약이 익숙한 사람들은 예약번호가 2개라거나 약간 번거로운 것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더 좋은 스케줄, 더 저렴한 요금이라면 약간의 수고스러움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에어아시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객과 공급자 사이의 단계가 ​갈수록 ​줄어드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항공사의 공식 홈페이지가 활성화되면서 항공사의 직판이 늘고, 고객과 디바이스는 더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모바일과 기술의 발달로 누구에게나 정보가 공개되면서 중간 유통책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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