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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고소한 우도를 먹으며 스텔라장의 음악에 빠져든다

파스텔톤 설탕을 입힌듯 밝고 경쾌한 보이스…입구는 넓고 출구는 없는 무한매력

2019.10.08(Tue) 15:54:55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스텔라장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생각과 고민이 꼬리를 물고 도넛을 만든 어느 새벽, 이번엔 음악을 나이프 삼아 이것을 끊어내려 한다. 어떤 음악을 들을까?

 

고민을 잔뜩 안고 산기슭으로 들어가 폭포 밑에서 물벼락을 맞는 사람이 있고 예쁘고 포근한 침대 위에 눕는 사람이 있다. 어쨌든 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고.

 

때문에 고민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음악을 더 선호했다. 가사든, 스타일이든, 형식이든. 매끈하게 잘 다듬어졌고 누구의 어떤 귀에도 상큼한 음악은 고민이 많은 울퉁불퉁한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었다. 어딘가 깨지거나 무너진 구석이 있어야 했다. 비슷한 선택이 반복되어 취향으로 변했다. 취향은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데 장벽이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스텔라장 – 뜨거운 안녕 (6개 언어 버전)

 

이런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지. 

 

난 불어 발음에 너무 약해. 

 

스텔라장은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혹은 비슷한 시기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을 고민을 경쾌하게 들려준다. 파스텔톤으로 설탕 코팅을 한다. ‘으으으 나에겐 고민이 있어’ 하며 스텔라장의 음악을 들으면 ‘헤헤 나에겐 고민이 있엉’으로 바뀐다. 고민이 없어지진 않는다. 다만 만만하고 예쁘게 바뀐다. 

 

스텔라장 – 어제 차이고

 

스텔라장은 빅뱅을 좋아했고, 래퍼가 될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희열과 이적의 음악을 접하고 노선이 바뀌었다. 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내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을 듣다가 김광석에게 빠지더니 통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음악가들을 떠올렸다. 뭐든 열심히 했던 것은 다 흔적이 남기 마련이라 스텔라장의 노래엔 수준급의 랩이 종종 등장한다. 소속사도 힙합레이블이다. 

 

스텔라장 –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빼어난 감각을 가진 대중음악가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스텔라장 역시 노래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이 노래에서의 스텔라장과 저 노래에서의 스텔라장은 음악 스타일도, 옷 스타일도, 머리색과 모양 모두가 다르다. 

 

스텔라장 – 환승입니다

 

고민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도넛 모양이 되었고, 스텔라장은 프랑스에서 오래 공부를 했으니 마침 지금 딱 적당한 쁘띠가토가 있다. 프랑스의 자전거 경주에서 유래되어 자전거 바퀴 모양을 한 오래된 양과자인 ‘파리브레스트’다.

 

파리스티 재인의 파리브레스트 ‘우도’. 사진=이덕 제공

 

연희동의 왕자 ‘파티스리 재인(Patisserie Jaein)’의 파리브레스트는 우도의 햇땅콩을 쓰기 때문에 이름이 ‘우도’다. 가을이 되어야 쇼케이스에 나타나고 ‘재인’의 수많은 시즌 메뉴가 그렇듯이 언젠가 적당한 시기에 은근슬쩍 사라진다. 지난겨울에 궁금했던 ‘우도’를 이제야 구경할 수 있었다. 

 

우도는 짜릿하게 고소하다. 살면서 먹었던 땅콩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떠올려 최대치로 상상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으로 고소하다. 프랄린(설탕에 졸인 견과류)을 품은 크림은 밀도가 높고, 고소하고, 달콤하고 부드럽다. 크림의 위, 아래에 있는 빠뜨 아 슈, 그러니까 슈크림 할 때 그 ‘슈’는 씹는 느낌이 뚜렷한 동시에 가뿐하여 크림과 잘 어울린다. 

 

생각과 고민이 꼬리를 물고 파리브레스트 모양으로 뱅글뱅글 돌고 나의 일상도 빙글빙글 돌며 반복되고 스텔라장의 루프스테이션(loop station)도 빙글빙글 반복된다. 

 

스텔라장 – YOLO

 

스텔라장은 두 달 전에 소개했던 치스비치([가토 드 뮤지끄] 'SES+핑클' 치스비치의 90년대 감성과 코코 나폴리탄)에서 ‘스’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스텔라장 – 월요병가

 

스텔라장의 노래만으로 일상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스텔라장의 음악을 처음 접하고 내 취향이 아니라며 고개를 살짝 돌린 과거의 나를 규탄한다. 소개한 노래 외에도 ‘치어리더’, ‘Monsieur’, ‘아름다워’ 등 힙합바지부터 프라다의 드레스까지 8000가지 스타일로 가득 찬 옷장처럼 다양한 음악뿐만 아니라 스텔라장의 유튜브 채널까지 있다. 입구만 컸지 출구가 없다.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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