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투기는 모든 무기 중 가장 만들기 어려운 무기이다. 수십 년 동안 안전성을 유지해야 하고, 단 몇 kg의 무게라도 치열하게 분석해서 중량을 줄여야 하는 데다 운용해야 할 무기는 수십 종류에 달한다. 그리고 모든 작전과 임무를 한 명 혹은 두 명이 완수하도록 만들어져야 하며, 초음속으로 고기동을 할 때에도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해야 한다.
아무리 비싼 탱크라고 해도 열 개 이상의 무기를 운용하거나 수평선 밖의 표적을 공격하진 않는다. 이지스 구축함이 아무리 복잡한 레이더를 가지고 있어도 수십 명이 달라붙어 역할을 분담해 수행한다. 그만큼 전투기는 만들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최초의 한국형 전투기 KF-X, 일명 보라매사업의 진행 상황은 놀랍고 또 대단한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는 편이다. 지난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KF-X의 체계통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X의 CDR를 진행했고, 시제품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수십 년의 인내 끝에, 이제 본격적으로 부품을 만들고 하늘을 나는 진짜 실물 KF-X 가 이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방 연구개발 사업인 KF-X 보라매사업은 그동안 엄청난 의구심과 공격, 그리고 비난을 꿋꿋이 물리치고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십여 차례에 가까운 타당성 평가와 연구 보고서들 중에서는 개발 통과를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개발비용을 계산하는 곳도 있었고, 외국산 기체를 억지로 도입하기 위해 외국산 기체의 가격과 유지비용을 억지로 낮춰 계산하는 곳도 있었다. 보라매사업이 실패할 것이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측과, 무리를 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쪽 모두 국익을 우선으로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천만다행하게도 지금까지 보라매사업은 찬성편의 희망대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의 전투기인 KF-16과 F-15K와 같은 수입산 4세대 전투기들은 전자전 장비와 같은 핵심 부품의 수입이 쉽지 않아 몇 년간 부품을 구하지 못했으며, 해외업체 책임하에 주도하는 새로운 정비방식인 PBL(성과기반 군수)을 해외 업체가 수행할 경우, 국내업체가 하는 PBL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F-35를 우리 손으로 운용하면서 비행기의 모양과 외관을 섬세하게 다듬고, 특수한 소재로 전파와 열, 소리의 방출을 줄인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뛰어난 위력을 직접 체험 중이다. 이런 여러 가지 부분을 감안할 때, 스텔스 기능을 상당 부분 고려한 4.5세대 전투기인 KF-X 전투기의 개념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라매사업의 장애와 어려움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개발 실패는 물론 비용과 효과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가 만든 전투기가 실제로 전투에 적합하고 안정성이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평가 과정에서 큰 난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은 군용 항공기 개발 도중 사람의 목숨을 잃는 큰 사고가 한 번도 나지 않았다.
KT-1부터 T-50, 수리온에 이르기까지 시험비행 조종사들은 목숨을 건 비행을 하면서도 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해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투기를 시제작하고 시험 비행하는 과정은 훈련기보다 훨씬 가혹하고 위험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고, KF-X의 비행성능도 FA-50과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어렵고 힘든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시험비행과 완성 과정에서 또 경계해야 할 것은 KF-X의 성능에 대한 비판이다. 이미 개발하기도 전부터 4.5세대 전투기인 KF-X의 예상 성능이 5세대보다 부족하고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시험비행과 초도 양산 때까지 성능에 대한 비판은 줄지 않을 것이다. 진화적 개발 전략으로 초기에 생산되는 KF-X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KF-X 초도 양산형의 스텔스 성능이 우선 비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KF-X의 외형은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일컬어지는 F-22 랩터나, 우리 공군이 보유한 F-35 라이트닝II 등 5세대 스텔스 전투기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날개와 동체의 모서리 각도를 정렬하는 등 형상 측면에서는 스텔스 설계를 고려했지만, 전투기의 패널이나 표면처리, 그리고 엔진 노즐 등 세부적인 면에서는 스텔스 처리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KF-X의 스텔스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이미 기업과 연구소 등에서 이루어지고, 특히 스텔스 성능을 크게 높이는 내부 무장창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블록1부터 마련된다. 따라서 추가 예산만 획득한다면 전시 KF-X의 생존성을 크게 높여 적 4세대 전투기를 압도할 잠재력이 있다.
스텔스성보다 더 큰 비판을 받는 요소는 무장 능력이다. 가령 KF-X의 시제기는 2021년에 완성되지만, 실제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시기는 2026년이고, 2028년까지는 KF-X의 공대지 임무가 제한되고, 공대공 임무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F-15K와 KF-16은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여러 종류의 유도폭탄과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고, F-35는 유도폭탄만 갖추고 있지만 지상의 적을 정확하게 추적하고 공격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2026년에 등장할 KF-X가 성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는 KF-X 블록1이 FA-50이나 F-4도 장착하는 AGM-65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도 KF-X가 탑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비판했는데, 이것은 부족한 예산 안에서 최선의 조합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KF-X의 개발방식을 왜곡한 것이다.
KF-X 블록1은 KGGB 활강 유도폭탄, JDAM/LJDAM 유도폭탄 등의 공대지 무장과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을 탑재할 수 있다. KF-X 블록1에는 이 무기들과 함께 지상의 고정 및 이동표적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는 타기팅 포드(EO-TGP)가 있어 적 전차, 방사포, 미사일 발사차량들을 추적·격파할 수 있다.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사용하면 한반도 영공 안에서 북한 전 지역의 지휘소 등 핵심 보호 표적을 공격할 수 있어 KF-X 블록1이 빈껍데기 성능이라는 비판은 부적절하다.
다만 KF-X의 블록별 개발 방안은 최선의 방안이 아닌, 개발위험과 비용문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은 분명하다. 특히 KF-X의 경제성에 대한 비판과 비난 때문에 블록별 개발 계획을 중도 하차할 경우, 부족한 KF-X의 능력을 메우기 위한 외국산 전투기 도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KF-X의 개발 과정에서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충분히 고려하고, 최소 비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전력지수를 높일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KF-X의 초기 국산 무장인 KGGB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기능을 다양화하면, 각 미사일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KF-X의 초기 작전능력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KF-X 블록1의 국산 공대지 무장인 KGGB 와 공대지 미사일에는 일반 고폭탄과 관통탄두가 사용되는데, 무인공격기와 다연장 로켓에 탑재 예정인 드론화 지능자탄을 이들 두 무기에 탄두로 탑재한다면 KF-X 1기로 북한 전 지역에 있는 방사포, 미사일 발사대, 전차 등 이동 표적 십여 대를 한 번에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의 투자는 최고로 절약하는 것이 아닌 최고의 효율을 내는 투자이며, 실패와 좌절을 미리 대비하는 선장만이 배와 승무원들을 무사히 항구로 보낼 수 있다. 보라매사업을 진행하는 방위산업 종사자들의 건투를 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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