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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저승사자' 증권범죄합수단, 검찰개혁 리스트 오른 까닭

개혁위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폐지 가능성까지…검찰 내부 반발 "금융범죄 수사 누가 하나"

2019.10.07(Mon) 15:02:14

[비즈한국] 금융 관련 범죄 수사를 전담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존폐 위기를 맞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탄력이 붙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모든 직접수사 부서 축소 권고’가 나오면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청산 대상에 오른 것. 청와대 소식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의 존속 필요성 관련 보고서가 이미 법무부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혁 방안을 내놓았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은 ‘부족하다’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페지 등 더 강도 높은 개혁 의사를 드러낸 상황. 취임 전부터 시작된 윤석열 검찰총장을 필두로 향한 강도 높은 수사에, 조국 장관이 강도 높은 개혁으로 맞서면서 여의도 저승사자가 ‘유탄’을 맞는 모양이 됐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금융범죄’ 전문 수사기관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합동수사단’답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유관기구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검찰이 지휘하는 형식으로 설립됐다. 주가조작 사범 등 여의도 금융범죄에 특화됐다. 원래 서울중앙지검에 금융범죄 수사 전문 부서가 있었지만, 합수단 출범과 동시에 서초동을 떠나게 됐는데 금융조사1·2부와 함께 ‘증권가’가 자리 잡은 여의도를 겨냥, 서울남부지검에 보금자리를 꾸렸다.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원래 인기가 많은 부서였지만 갈수록 금융 범죄가 활성화되면서 서울동부지검이나 부산지방검찰청 특수부 등을 제치고 검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부서가 됐다. “합수단 출신이면 주가조작 사범들이 변호를 맡아달라며 뛰어와 ‘10억 원’은 우습게 벌 수 있다”는 얘기도 서초동에서 공공연히 돌 정도였다.

 

규모도 작지 않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와 합수단이 공동으로 금감원 등 각 금융기관이 넘긴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3개 부서를 합쳐 검사만 14명 규모다. 수사관 등을 합치면 100명에 달한다. 성과도 상당하다. 2013년 5월 설치 이후, 지난 9월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하고 이 중 346명을 구속했다. 최근 신라젠 임직원 미공개정보 활용 주식 처분 등 개미 투자자의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사건을 주로 담당한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워낙 금융범죄 수사가 어려운 탓에 미제 사건도 상당하다. 올해 10월 초 기준 6개월 이상 장기미제사건이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계좌를 들여다보는 영장을 받는 데 하루, 분석하는 데 하루, 돈이 전달된 계좌에 대해 확인하고 새로 영장을 받고 돈을 받은 사람을 파악하고 전화 등 통신 기록 확인하고 그러면 일주일도 더 걸린다”며 “규모가 작지 않다지만 사건 수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특수부 폐지와 함께 합수단도 거론

 

그런 ‘여의도 저승사자’가 폐지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후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모든 직접수사 부서 축소 권고가 나온 것.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역시 자연스레 ‘청산 대상’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법조인들은 ‘남부지검 합수단’의 힘이 막대한 점을 문제 삼는다. 최근 사의를 표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검찰 권력을 비대화했기에 이를 축소해야 하고, 특수부 성격이 분명한 합수단 역시 이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금융범죄 사건 중 ‘취사선택’해 수사를 한다는 점에서 특수부나 다름없다는 비판이다. 실제 합수단이 ‘저승사자’로 불리게 되기까지 “합수단 관계자를 잘 안다, 수사를 막아줄 테니 10억 원만 달라”는 브로커들이 서초동 일대 적지 않다.

 

하지만 검찰은 반발한다. 앞서의 검사는 “남부지검 금융전문 수사부서 2곳과 합수단은 금융당국의 고발이나 수사 권고 등을 이첩 받아 하는 곳인데 왜 특수부와 함께 폐지 가능성이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금융범죄 기법이 날이 갈수록 발전해 수사 속도를 훨씬 앞질러 가는데 합수단을 없애고 새로 만들면 그 노하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폐지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주, 서울중앙지검 등 3곳 외 모든 특수부 폐지 결정을 내렸지만, 서울중앙지검 외에 구체적인 특수부 2곳은 결정하지 않았던 상황.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없어져야 한다”며 개혁 강공 드라이브를 밀어붙이고 있는 조국 장관 등 여권에게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2부와 합수단 등 역시 개혁 대상인 게 당연하다는 평이다. 특히 검찰 내 ‘특수통’들이 전관 변호사 효과를 최대로 볼 수 있어 희망 보직 1순위로 꼽는 금융조사1·2부까지 함께 폐지할 경우, 특수통 검사들 분위기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소식에 능통한 앞서의 변호사는 “합수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들어진 탓에 지금 정권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이 상당하다”며 “이번에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에 서울남부지검 합수단 검사가 파견돼 협조하면서 특수부 폐지와 함께 합수단도 거론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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