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9월 23일, 인천에서 괌으로 향하는 제주항공 항공기를 이용한 A 씨. 그는 출국 4일 전 ‘우선 체크인, 우선 탑승’ 등의 혜택이 제공되는 제주항공의 유료 멤버십 ‘J PASS(제이패스)’에 가입했다. 최근 지방으로 발령이 나 2주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야 하는 터라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A 씨는 현재 제이패스 가입을 후회한다.
A 씨는 “출국 때 J PASS 회원이라고 밝히고 우선 체크인을 하게 해달라고 말했지만 직원이 일반 라인에서 기다리라고만 했다. 재차 문의한 후에야 별도 창구에서 체크인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귀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탑승 게이트에 있던 제주항공 한국인 직원에게 문의하니 ‘원래 외국에선 우선 탑승이 안 되지만 시켜주겠다’며 선심 쓰듯이 말했다. 직원조차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서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제주항공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J PASS가 도입된 지 6개월이 흘렀다. 이 멤버십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에 최초로 도입되는 유료 멤버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아쉬움을 표하는 J PASS 가입자들이 적잖다. 앞서의 A 씨처럼 담당 직원이 멤버십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고객이 종종 불편을 겪는 데다, 기존 멤버십과 비교해 크게 혜택 차이가 없다는 것. LCC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J PASS를 갑자기 중단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부실한 직원 교육, 더 부실한 혜택
J PASS는 1년에 16만 원(할인가 8만 9000원)을 지불하면 우선탑승 등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주항공을 비롯해 국내 LCC가 시행하는 마일리지 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현재 LCC 중 마일리지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인데, 모두 항공 이용 횟수에 따라 혜택을 차별적으로 제공한다. 이에 제주항공은 FSC(대형 항공사)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J PASS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그러나 도입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외 공항 직원이 멤버십의 내용을 제대로 몰라 J PASS 회원이 무안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적잖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주항공이 J PASS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앞서의 A 씨는 “외국에서는 보통 제휴된 타 항공사의 외국인 직원이 체크인이나 탑승 수속을 하는 경우가 많아 소통이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공항에 있는 직원은 보통 항공사에서 외주로 뽑은 직원이어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면 멤버십 내용을 잘 모를 수 있다. 제주항공이 적극적으로 교육하지 않은 것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혜택 자체가 비용 대비 크지 않다’는 의견도 적잖다. 장기여행을 자주 다니는 B 씨는 지난 4월 J PASS의 내용을 살펴보고 곧바로 구매를 포기했다. B 씨는 “제주항공은 위탁수하물이 무료가 아니라서 비슷한 혜택이 있나 해서 관심을 가졌다”며 “그런데 J PASS의 내용이 신용카드 제휴 멤버십이나 다른 마일리지 혜택과 중복됐고, 무엇보다 가장 쓸모 있는 위탁 수하물 면제 부분은 빠져 있어 8만 9000원은 낚시성 멤버십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J PASS 고객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기존에 제주항공 마일리지 제도에 따라 제공되던 혜택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별점이 없다. J PASS를 구매한 고객은 1년간 △찜특가 사전구매 △현장 좌석지정 △수하물 우선처리 1개 △우선 체크인 △우선 탑승의 혜택을 받는다. 문제는 제주항공의 SILVER+, GOLD, VIP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대체로 중복된다는 점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마일리지를 쌓은 고객에게 항공권 구매 등 비슷한 혜택을 제공한다.
때문에 제주항공을 자주 이용하는 ‘충성고객’에게는 오히려 J PASS가 불필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J PASS에 관심을 기울이는 소비자는 앞서의 A 씨와 B 씨처럼 LCC를 자주 이용하는 층이다. 따라서 굳이 제주항공의 유료 멤버십에 가입해 돈을 이중으로 쓸 필요가 없는 것. 다른 항공사를 자주 이용해 마일리지를 쌓으면 J PASS와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사진을 찍기 위해 국내선을 자주 이용하는 이른바 ‘홈마(홈마스터)’들도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트위터에 올렸다.
#격화되는 LCC 경쟁, 수익 모델 찾으려다 ‘딜레마’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를 많이 모은 사람은 이미 자사 항공기를 자주 이용하던 충성 고객이므로, 유료 회원권을 구매한 고객에게 혜택을 더 줄 수도 없다”며 “저가 항공을 타는 사람들은 가격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유료 멤버십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제주항공이 이용률 추이를 살펴보다 유료 멤버십을 포기할 수도 있다. 다른 LCC는 관망하는 분위기”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이 당장 J PASS를 접기도 쉬운 상황은 아니다. 최근 일본 노선의 수요 둔화로 LCC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플라이강원 등 신규 LCC 세 곳이 취항을 앞두고 있어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5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 274억 원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6% 줄어든 24억 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혜택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J PASS 가입 고객이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지적은) 고객이 웹 카드를 보여주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경우 같다.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용률에 대해서는 “현재 집계해서 알려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입자가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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