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시장에는 수많은 유행이 범람한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유행을 추종하다가 일순간에 다른 유행으로 대체된다. 단기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 트렌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트렌드가 시장에 붐을 만들고는 이후에 다른 트렌드로 대체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행과 트렌드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야심 찬 계획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이는 트렌드와 유행을 예측 가능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와 더불어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강연이나 방송에 나가면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다음의 유행’, 혹은 ‘다음의 트렌드’가 무엇이 될 것 같냐는 질문이다. 나는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색을 표한다. 유행과 트렌드의 본질은 예측 불가능성에 있기 때문이다.
다음 유행과 트렌드를 자신 있게 ‘예측’한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은 멀리하는 것이 좋다. 이들의 ‘예측’에서 맞는 것은 매우 드물다. 유행과 트렌드가 이미 붐업이 된 상태에서는 너도 나도 자신이 그 유행을, 트렌드를 예측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사후확증편향일 뿐이다. 마치 금융시장에서 금융위기가 닥치고 난 후에 자신이 위기를 사전에 예상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현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매년 연말이면 다음 해의 트렌드 예측도서들이 서점가를 장식하지만 그 정확도는 사실 높지 않다. 그리고 그나마 맞혔다고 할 만한 것들도 이미 그 시점에서 트렌드가 되는 초입에 있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점으로 인해 우리는 유행과 트렌드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며 이것을 맞힌다는 것은 사실상 운의 영역이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즉, 어떤 것이 유행이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유행과 트렌드로 발전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고 사업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고 운에 의존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트렌드의 추종이 여러 사업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아니라면 이는 본질적으로 매우 리스크 높은 행위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유행이 본격적인 흐름을 타기 시작할 때에 진입하게 된다.
이렇게 잘되는 유행과 트렌드는 그 성장세나 인기가 실로 놀라울 정도며 그 수익도 매우 높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상승세에 오르는 유행과 트렌드를 목격하면 이 성장이 마치 선형적으로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트렌드를 주도하는 기업과 사업은 시장에서 뛰어난 전략과 대응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유행과 트렌드가 지속될 때는 그것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과 비즈니스가 매우 훌륭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결국 유행과 트렌드는 지나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트렌드와 유행이 지나고 나면 이들 기업의 수익성은 하락하게 되어 있다. 적어도 내가 그 비즈니스에 진입해서 거둘 수 있는 수익과 그 기간은 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트렌드에 올라타 있는 비즈니스를 바라볼 때는 지금이 언제나 정점이란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유행과 트렌드 사이클의 정점은 언제나 우리의 생각보다 빨리 도래한다. 그리고 하락에 접어들 때에야 사업가와 기업이 트렌드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운 좋게 트렌드가 그의 앞에 다가왔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유행과 트렌드는 예측하고 맞히는 데 성공할 경우 그 수익이 매우 크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실패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자본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못한 개인이 유행이나 트렌드를 예측하고 뛰어드는 일은 그만큼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빨리 뛰어든다 해도 유행과 트렌드의 초입인 경우가 많으며 그것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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