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는 과연 조작되었을까.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시간 검색어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각 포털 사이트 대표들은 일제히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의원들은 주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오전 10시에 시작된 과기부 질의에서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 조작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는 조작이 일상적이 됐다”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김종훈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하루 네이버 포털사이트 이용자가 2500만 명이 넘는다. 수천 명이 한 시간 내로 실시간 검색어를 올리는 게 가능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의원 이외에도 김종훈 민중당 의원 역시 실시간 검색어에 대한 문제제기에 나섰다
그간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누군가 조작을 했다고 해도 현행 법령에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따로 없다. 포털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규정에도 ‘실시간 검색어 조작’ 등에 대한 항목은 빠져있다. 그래서 최근 국회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관련 조작금지와 관리 의무 등을 골자로 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김성태 의원실은 자료를 통해 8월 27일 전후로 ‘조국’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비교했을 때, 유독 네이버만 ‘조국 힘내세요’라는 키워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김 의원실은 해당 검색어가 최근 3개월간 단 하루만 집중적으로 발생한 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의원은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특정 목적을 지닌 세력이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사용했거나 네이버가 직접 수정하지 않는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제 2의 드루킹 사건’이 아니고 뭐냐”며 네이버와 과기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기영 과기부 장관은 문재인 탄핵 키워드가 바뀐 것에 대해 “조사해 봐야 알 것 같다. 살펴보겠다”면서도 “여러 사람이 모여 실시간 검색어가 순위권 안에 드는 건 하나의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계를 통해 조작된 것이라면 법적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증인으로 참석했던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대표 역시 실시간 검색어 조작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조작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탄핵과 문재인지지 검색어에 관련해선) 당일에 지지와 탄핵이란 단어가 번갈아가며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매크로와 같은 기계적인 부분은 체크 중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실명 인증받은 로그인된 유저의 데이터 값이다. 매크로에 관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민수 대표 역시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해 비정상적인 이용 패턴은 확인된 바가 없다”고 실시간 검색어 조작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매크로를 사용했냐 아니냐의 방법론적 문제가 아니다. 드루킹 사건이 ‘여론을 조작해 민주주의를 파괴했냐’가 범죄 여부의 중요 키워드인 것과 같다”며 “특정 목적을 지닌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려 해당 키워드가 전체 국민의 여론인 것처럼 왜곡할 수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 대표와 여 대표는 이에 대해 “여론 조작 여부에 대해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판단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 대표는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나 아이돌 그룹의 팬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세를 이어가던 자유한국당 의원들과는 달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성숙, 여민수 대표에 비교적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혹 제기만으로 (한성숙·여민수 대표가) 일반 증인으로 나온 게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털 사이트가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틀렸다는 거죠?”라고 두 대표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은 이날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여민수 대표는 “알고리즘과 클릭 수를 일반인에게 공개할 경우 악용의 우려가 있다. 그러나 원만한 문제 해결이 목적이라면 공개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진다면 내년 총선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일시 폐지할 의사도 있다. 이와 관련 다가올 KISO 공청회에서 신중히 논의하겠다. 이후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를 거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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