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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vs SK이노, 수천억대 배터리 소송전에 일본 전범기업 뛰어든 내막

화해 필요성 인식하나 입장차 여전…어부지리 노리는 일본 도레이 참전 '눈길'

2019.10.01(Tue) 09:51:25

[비즈한국]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에 일본 전범기업 도레이가 참전했다. 국내 재계서열 3위와 4위가 법정 다툼을 하고 있는 사이 일본 기업의 ‘어부지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재기업 도레이 인더스트리는 지난 26일 LG화학과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 사업 미국법인을 각각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법적 소송도 불사한 가운데 일본 전범기업으로 알려진 도레이 인더스트리가 소송전에 참전해 눈길이 쏠린다. 지난해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 참석한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도레이 인더스트리는 LG화학과 공동특허를 소유한 2차전지 핵심소재 SRS의 미국 특허를 SK이노베이션 측이 침해했다고 보고 소송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도레이가 참전하면서 외국 기업이 중간에서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존재한다. 도레이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 간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될 정도다.

 

도레이 그룹은 중일전쟁 당시 군용 물자를 공급해 침략전쟁을 지원하고 계열 탄광에 3만 명 이상의 한국인을 강제 동원한 대표적인 일본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미쓰이 물산이 세운 섬유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LG화학 관계자는 “도레이인더스트리는 LG화학과 SRS 특허 지분의 일부를 공유하는 공동특허권자”라며 “미국 특허소송에서 당사자 적격 제소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공동특허권자 모두가 원고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도레이인더스트리는 이러한 형식적 제소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참여한 것으로 소송 관련한 의사결정 등 일체의 진행은 LG화학에서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양측 다툼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4개월 전부터다. 지난 4월 30일 LG화학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자동차 배터리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측 인력과 영업비밀을 지속적으로 빼갔다고 주장했다. 당시 LG화학은 소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활용해 개발한 배터리를 폴크스바겐의 3세대 전기차에 공급하게 됐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인력 빼돌리기’가 아니라 LG화학의 낮은 처우와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기업 문화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등 LG화학의 사내 문화와 실적 등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놨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전자도 연방법원에 각각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를 침해했고, LG전자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 등을 생산해 판매한 것이 소송 배경이 됐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윤예선 대표는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 간 선의 경쟁을 통한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인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오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툼이 격화되는 중에도 양측은 화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SK 측은 “LG화학·전자는 소송 상대 이전에 국민 경제와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서 의미가 더 크다는 게 SK 경영진의 생각”이라며 “언제든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 전지분야를 신사업으로 삼아 기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사진=LG화학 홍보동영상 캡처

 

LG화학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이에 따른 보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조건부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도 지난 8월에 열린 ‘5대 기업 모임’에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합의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전기차 배터리를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 다툼으로 어느 한쪽이 해외 시장 판로 개척에 타격을 받으면 일본이나 중국, 유럽의 배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도레이가 소송전에 참전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과연 양사가 어떻게 합의점을 도출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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