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길 오른다고?” 스키점프대를 처음으로 본 참가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사진보다 가파른 경사와 아파트 18층에 달하는 높이에 압도됐다.
스키점프 선수들만 사용해왔던 스키점프대를 일반인들이 경험해볼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방법이 다르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참가자들은 스키점프대를 역주행한다. 글로벌 스포츠음료회사 레드불이 주최한 ‘레드불 400’이 2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에서 열렸다.
레드불 400은 지상 최고의 급경사 러닝 챌린지로 불린다. 2011년 앤드레아스 베르게 오스트리아 전 국가대표 육상선수의 발상을 계기로 시작됐다. 지난해 전 세계 15개국 17개 지역에서 대회가 열렸으며, 9년 동안 총 3만 4000여 명이 참가했다.
레드불 400이 한국에서 열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레드불 코리아는 5월부터 7월까지 이번 대회 예선전격인 시드전을 통해 초청 선수 20명을 우선 선발했다. 여기엔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인 김현기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를 비롯해 곽윤기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신민철 태권도 선수도 포함됐다. 일반인, 릴레이팀, 소방관까지 합하면 총 707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올라갈 스키점프대의 총 길이는 400m다. 최종 도착점 높이는 지면에서 140m에 달한다. 레드불 코리아에 따르면 이는 아파트 18층 정도 높이에 해당한다. 경사도는 30~37도로, 전체 구간 75%가 37도에 해당해 만만치 않은 풍경으로 참가자들을 압도한다.
스키점프대를 이미 올라본 경험이 있었던 김현기 선수는 “훈련 때 체력 강화를 목적으로 스키점프대를 많이 올라가봤다. 정상까지 간 건 아니었고, 테이크업 지점(스키점프 선수들이 출발지점에서 내려와 도약하는 지점으로 이날 대회에서는 300m 지점에 해당했다)까지 뛰었다. 그때도 굉장히 힘들었다”며 “정상까지 오르는 게 어렵다는 걸 알기에 더 긴장된다. 완주를 목표로 열심히 뛰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장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참가자들의 패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서울에서 온 오상일 씨(31)는 “스키점프대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압도적이다. 지금 다시 보니 없던 긴장감도 생길 것 같다”며 “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레드불 400에 참가한 이유다. 오늘 꼭 결승 진출에 성공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경기는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났다. 정예 부대로 선발된 초청 선수들은 어렵지 않게 스키점프대를 올랐다. 이날 가장 첫 조에서 경기를 뛰었던 김현기 선수는 7분 1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곽윤기 선수는 12분 15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스키점프대를 오르는 건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남성은 15분 여성은 20분 안에 완주하는 것이 규칙.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이들은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 용인에서 온 김은호 씨(41)는 “평소 수영을 즐겨 운동량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200m 정도 올라가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 완주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환한 미소를 보였다.
김 씨의 말처럼 이날 대회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날 대회에 참가했던 이들은 모두 기록과 상관없이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대회 참가 이유와 목적은 모두 달랐지만 참가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과 모험을 했다는 것에 만족감과 기쁨을 나타냈다.
곽윤기 선수는 “쇼트트랙도 스키점프와 같이 겨울 종목이지만, 실제로 스키점프대에 온 건 처음이다. 도착하자마자 ‘여길 올라간다고?’라는 말이 먼저 나올 정도로 높아 놀랐다”며 “오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아래를 내려다볼 때가 무서웠다. 하지만 언제 스키점프대를 올라가 보겠나.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고소공포증을 이겨낸 것으로 만족한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레드불 400은 올해를 시작으로 국내 연례행사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레드불 코리아 관계자는 “평창군, 강원도 개발공사와 해마다 레드불 400을 열기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내년에도 세계적인 행사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많은 이가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도전하는 행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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