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정상 간) 지소미아와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이뤄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뉴욕 인터컨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 마련된 우리 측 숙소에서 열렸다. 회담은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35분까지 1시간 5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에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 △한·미 동맹의 지속적·상호 호혜적 발전 방안 △지역 내 협력 강화 및 상호 관심 사안 등이 다뤄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제3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 제11차 방위비 분담금(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 협상 등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 한·미 동맹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 활발히 논의했다. 그러나 한·일 관계를 둘러싼 지소미아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로는 시간이 꼽힌다. 1시간 5분이란 짧은 시간에 한·미 간 중요 현안을 다루려면, 두 정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용만 상명대학교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지소미아가 한·미 관계에서 양국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아니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 미국은 ‘방위비 분담’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두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굳이 지소미아를 거론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한·미 관계가 무조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지소미아 거론이 우리 입장에선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는 “한국 정부는 2018년 미국의 ‘호르무즈 호위 연합대’ 파병 참가 제의를 거절하고, 올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방위비 분담금을 현 1조 389억 원에서 5배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주한미군기지 조기 반환’으로 맞불을 놓는 등 미국의 요구에 반기를 들고 있다”며 “한·미 간 해결해야 할 민감한 안보 사안이 산적해 있다. 지소미아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얘길 나눴다가 자칫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불안했던 한·미 동맹이 흔들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지소미아가 필요한 협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간략하게나마 지소미아를 언급했거나, 실무진 사이에선 논의됐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한·미 국방장관회담이나 양국 외교부·국방부 장관이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언젠가 논의돼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부족한 북한 군사 정보 수집을 위해 미국 등 민간 기업 위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3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방위성이 2020년도 예산 요구안(부처 차원의 예산안)에 관련 조사비 예산으로 1억 엔(약 11억600만 원)을 책정했다. 방위성은 이 예산으로 미국 등의 민간 기업들이 추진 중인 우주 비즈니스 동향을 조사해 자위대가 다른 나라 군사 정보를 수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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