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새로운, 박지하와 르 페셰 미뇽의 애플 타르트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박지하의 음악에선 박지하의 악기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피리가, 생황이, 양금이 그리는 선율에 쉽게 나의 마음이 붙어 함께 흐른다. 사진=박지하 페이스북 페이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으면 잠시 그곳에 머문다. 이내 새로운 소리, 새로운 스타일이 고파진다. 정처 없이 떠돌거나, 갔던 곳을 또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한 번쯤은 국악과 마주한다.

기타·베이스·드럼·바이올린·트럼펫·신시사이저·피아노와 같은 악기들은 수많은 대중음악, 그러니까 댄스·발라드·힙합·EDM·재즈·로큰롤·전자음악 등 여러 음악 사이에서 들락날락한다. 모두 다르지만 대충 들으면 다 비슷한 이 소리들을 이리저리 피해 새로운 소리를 찾다 보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시에 그 어떤 대중음악에서도 찾기 어려운 소리가 가득한 외딴 섬에 도착한다. 국악이다.

간만에 귀에 새로운 소리를 넣어줄 기대감에 양손을 삭삭 비비며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이내 기시감이 가득 차오른다. 어 나 이 소리, 이 스타일을 국민학교에서, 중학교에서, 대학교에서, 얼마 전에도 들었어.

소리꾼의 소리를 좋아한다. 아쟁·해금·피리·태평소·생황·가야금의 소리를 좋아한다. 이 소리로 구성된 음악은 여전히 이런 것밖에 없는 걸까. 어떤 사람은 전자기타로 블루스를 연주하고 어떤 사람은 댄스 음악을, 힙합을 한다. 다 좋은 음악이다.

그런데 이 흥미로운 악기들은 모두 같은 음악 안에서만 들린다. 이 소리로 다른 걸 하는 사람은 없을까.

있다. 그렇게 박지하를 찾았다.

박지하 – Arrival

‘Arrival’이 수록된 박지하 2집 ‘Philos’엔 자신이 다루는 악기인 생황·피리·양금,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 음악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1집 ‘Communion’에선 다른 악기들과 함께했다.

박지하 – Communion

세상 모든 흥미로운 음악에는 항상 김오키가 등장한다.

가을에는 사과가 제철이고, 여러 양과자점에선 조린 사과가 올라간 사과 타르트를 내놓는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사과 타르트를 피했다.

항상 큰 기대를 안고 사과 타르트를 먹었지만 어김없이 사과는 물컹거렸고 공식이 있는 것처럼 계피 또는 시나몬 향이 솔솔 났다. 물컹거리는 식감이 싫었고 언제 어디서 먹어도 계피 향이 풀풀 나니 굳이 또 먹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 사과 타르트를 르 페셰 미뇽(Le Péché Minon)이 만든다면 어떨까? 사과 타르트를 기피하는 마음보다 르 페셰 미뇽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서 나의 뇌보다 나의 손이 먼저 주문을 해버렸다.

박지하는 가야금을 연주하는 서정민과 ‘숨[su:m]’이라는 듀오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숨 – 도시아리

박지하의 음악에선 박지하의 악기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피리가, 생황이, 양금이 그리는 선율에 쉽게 나의 마음이 붙어 함께 흐른다. 어려서부터, 그리고 의식하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자주 듣던 소리라 그렇다. 이 소리는 항상 같은 통에 담겨 있었는데, 박지하는 그 소리를 다른 통에 담아뒀다. 익숙한 동시에 새롭다. 그 간극이 주는 상큼함이 반갑다.

르 페셰 미뇽의 사과 타르트 위에 올라간 사과는 아삭하게 씹힌다. 푸딩과 나눠 먹기 위해 칼로 타르트를 반으로 가르는 순간부터 그 아삭함을 느낄 수 있다. 조린 사과 밑에는 사과 식초가 숨어 있는, 그리고 팔각이 들어간 캐러멜이 있다. 계피가 아니고 시나몬이 아니다. 팔각이다.

캐러멜은 달고 쌉싸름하다. 쌉싸름한 캐러멜은 흔치 않기에 귀하다. 사과식초는 시큼한 맛을 조금도 내지 않고 그저 이 타르트가 상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 씹어 삼켰을 때 입안에 은은한 팔각 향이 맴돈다. 좋아하는 향이고 흥미로운 맛이고 만족스럽고 놀라워서 하나 더 주문한다.

‘When I Think Of Her’는 그녀를 향한 박지하의 마음이 담긴 곡이다. 생황과 양금의 연주 사이에 그녀를 향한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다. 폭넓은 감상을 바라는 박지하의 바람에 따라 그녀가 누구인지는 듣는 사람이 떠올리는 얼굴에 맡기는 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