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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 엔젠시스, 너마저! 임상3상 결과 연기에 주가 급락

위약과 혼용 가능성, 후속 임상 결과는 3년 후에나…김선영 대표 "임상사이트 상대 소송 준비 중"

2019.09.24(Tue) 14:01:31

[비즈한국]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라보세라닙’과 신라젠의 ‘펙사벡’에 이어 ‘2019년에 주목할 3대 바이오신약’으로 꼽힌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에 빨간 불이 켜졌다.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임상 결과 발표를 연기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이에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인다. 24일 오후 12시 기준 전날 종가보다 29.99%(5만 1400원) 내린 12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헬릭스미스가 약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 결과를 내놓지 못한 속사정은 이렇다. 엔젠시스를 투약한 환자들 상당 부분에서 약물의 농도가 낮게 검출됐지만, 가짜 약을 먹은 ‘플라시보 그룹’에서 오히려 농도가 높게 나온 것. 환자들이 약을 먹은 지 180일째 되는 시점에서 플라시보 그룹에 속한 세 명이 완치됐다는 ‘놀라운’ 데이터도 나왔다. 보통 의약품 임상시험은 플라시보 그룹과 실제 약을 투여한 그룹을 비교해 약의 유효성을 판단한다.

 

헬릭스미스는 플라시보(위약)와 엔젠시스가 혼용돼 투약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공시 다음 날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업간담회(IR)에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임상 사이트에서 약을 바꿔 썼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며 “혼용이 없었다면 이 임상은 개인적으로 큰 성공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임상3상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임상 결과 발표를 연기한다고 23일 공시했다. 다음 날인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업간담회(IR)에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플라시보(위약)와 엔젠시스가 혼용돼 투약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김명선 기자


#후속 임상3상 결과는 3년 후에나 나올 듯

 

헬릭스미스의 엔젠시스(VM202)는 근육에 주사하는 유전자치료제인데, 이번에 화두에 오른 약은 그 중에서도 당뇨병성 신경병증(DPN)을 타깃으로 한 약물(VM202-DPN)이다. 해당 약물은 특히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재생의학첨단치료제(RMAT)로 지정되며 관심을 모았다. 이는 시장의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고 재생의약 잠재력을 가진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로 지정됐다는 뜻인데, 이 경우 FDA의 승인 가능성이 커진다.

 

헬릭스미스에서도 엔젠시스 중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타깃으로 한 이 약물을 가장 앞세워왔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상 임상에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헬릭스미스가 발표를 미룬 건 정확히 ‘미국 임상3상 톱라인 결과’인데 이는 임상 성패 여부를 결정 짓는 지표다. 김선영 대표는 “혼용이라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 약은 안전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통증 감소 효과를 명확히 증명해내는 전략을 구사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이 약물에 대한 정확한 결론은 후속 임상이 종료된 이후에야 나올 예정이다. 올 9월 마지막 주 발표 예정이던 임상3상 결과는 3년 후를 기약하게 됐다. 헬릭스미스는 조사단을 구성해 6개월 이내에 후속 임상3상(3-2상)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로서는 2021년 말~2022년 1분기 사이에 임상을 종료하는 게 헬릭스미스의 목표다. 헬릭스미스는 이번 임상3상에서 데이터가 특이하게 나온 36명을 제외하면 결과가 좋기 때문에 후속 임상의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긴급 기업간담회에서는 “​임상 성공을 자신할 수 있느냐”​는 우려와 함께 “​오류 가능성을 왜 미리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루 평균 30%를 웃도는 공매도 규모와 관련해 정보가 사전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선영 대표는 “모든 해프닝은 지난 열흘 동안 발생했다. 절차상 플라시보와 VM202의 혼용을 미리 알 수는 없다”며 “사전에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저를 뛰어넘는 사람이 있지 않는 이상 제로(0)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긴급 기업간담회에서는 ‘임상 성공을 자신할 수 있느냐’는 우려와 함께 ‘오류 가능성을 왜 미리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 위치한 헬릭스미스 본사. 사진=카카오맵 캡처


#엔젠시스가 헬릭스미스 바이오신약 사업 이끄는 상황

 

임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지만 헬릭스미스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돈을 투입해서라도 후속 임상3상을 거치겠다는 것이다. 엔젠시스는 헬릭스미스의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약이라고 봐도 무방한 까닭이다. 현재 헬릭스미스는 바이오신약 외에도 천연물신약 분야에도 진출해 있다. 다만 현재 바이오신약 사업에서 출시된 의약품은 없기 때문에 천연물신약 분야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 비중은 총 12억 원의 전체 매출 중 99%(약 11억 9900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다소 좋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전무는 “​플라시보와 의약품이 혼용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임상시험을 할 때 데이터에 결점이 없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하지만 무엇보다도 단계별로 임상시험이 지연돼 시장 출시가 얼마나 늦어지느냐에 따라 천문학적인 비용이 왔다갔다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회사가 투자를 지속하는 것과 상관 없이 (개발과 시판이) 늦어질수록 약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물론 3년 후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대상으로 한 엔젠시스의 임상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없지는 않다. 엔젠시스는 다양한 대상 질환(당뇨병성 허혈성 족부궤양·근위축성 측삭경화증·허혈성 심장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아울러 헬릭스미스는 항암치료 백신 신약(VM206)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던 의약품의 임상이 하나라도 좌초된다면 수익성 악화는 물론 신뢰도에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임상시험이 성공할 것이라고 단정 짓기에도 무리가 따른다(관련기사 '바이오 3대장' 중 유일 생존, 헬릭스미스 엔젠시스의 운명).

 

이를 두고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시장에 빨리 진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래의 시판허가 목표 시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후속 임상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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