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 반대하는 재벌 택배사 규탄한다. 택배법을 거부하는 CJ대한통운 규탄한다.”
23일 전국 택배 노동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이 주최한 ‘택배노동자 처우개선 외면, 생활물류서비스법 거부하는 CJ대한통운 규탄대회’에는 경찰 추산 300여 명(주최 측 추산 4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이 한 곳에 모인 건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법 때문이다. 앞서 8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와 통계구축, △창업지원과 전문인력 육성·관리, △생활물류시설 확충을 위한 지원 및 특례 등을 핵심으로 한 생활물류법을 대표발의했다.
△택배사업자의 영업점 지도·감독 의무 부여(산업재해보험 가입 여부 등),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 구분(택배운전종사자, 택배분류종사자), △부정한 대가 수취(일명 백마진) 금지, △종사자 휴식시간 및 안전 대책 마련, △고용 안정(계약갱신청구권 6년) 등 택배 종사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도 대거 포함됐다.
택배·퀵서비스 등 배송 대행으로 대표되는 생활물류 시장은 2008년 2조 4000억 원에서 2017년 5조 2000억 원으로 연평균 9.1% 성장했다. 하지만 기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차량의 공급·운송·중개 등 전통물류산업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생활물류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입법 취지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주요 택배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통물협)는 15일 ‘생활물류법에 대한 택배업계 입장’을 내고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통물협은 “소비자 편익을 위해 택배서비스사업자, 영업점뿐만 아니라 택배운전종사자(택배기사)의 책임과 의무를 함께 규정해야 하나, 발의법안은 독립사업자인 택배운전종사자가 택배상품의 집화나 배송을 불법적으로 거부할 경우 택배서비스 이용자가 입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방안이 없어 우려스럽다”며 “영업점과 택배운전종사자는 각자 독립된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택배서비스 사업자에게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와 보호 의무 등을 과도하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조는 사흘 뒤 통물협 입장에 대한 반박문을 낸 데 이어 23일 집회를 열어 맞섰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생활물류법이 발의됐다. 법은 택배 종사자 처우개선뿐만 아니라 택배사가 말하던 산업 지원 내용이 더 많이 담겼다. 이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고 힘 없는 택배 노동자 처우 문제만을 거론하며 시장 혼란을 운운하고 있다. 저단가 경쟁과 다단계 하청으로 택배 시장을 교란해온 장본인은 재벌 택배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물류법을 반대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 △하청에 재하청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끝까지 회피하겠다는 것 △일 시킬 때는 직원처럼 부려먹고 보호 의무는 지지 않겠다는 것, △산재보험 의무도 지금처럼 회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택배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위험한 환경 개선의 책임도 질 수 없다는 것, △장시간 공짜노동의 지속을 위해 거짓과 왜곡으로 계속 떠들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노조는 통물협의 반대 움직임을 CJ대한통운이 주도하는 것으로 본다. 택배노조는 이날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이 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장이고, 전임 회장에 이어 CJ대한통운 출신이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장을 맡는 등 CJ대한통운이 사실상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부문 최대주주이기에 (반대 움직임은) CJ대한통운의 ‘결재’ 없이 진행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물협 측은 “협회는 회원사의 의견을 수집해 업계 전반의 입장을 대변하지, 특정 기업에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정부기관이나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에 업계 차원의 우려와 재검토 의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뿐”이라고 비즈한국에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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