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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투자 압수수색 '금감원 특사경'에 금융기관들 긴장

'선행매매' 수사 증권가로 확대 전망…영향력 확대 위해 적극 수사할 가능성 높아

2019.09.23(Mon) 15:49:16

[비즈한국] “금융전문 경찰이 떴다고 보면 된다.”(법조계 관계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의 출범에 대한 법조계 평이다. 증권 등 금융권 입장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특사경의 하나금융투자 압수수색에 대해 공공연하게 이뤄지던 선행매매가 드디어 문제가 된다는 평이 나온다. 하지만 법조계 전망은 사뭇 다르다. 금감원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더 공격적인 수사들이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발톱을 막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 출범했다. 지난 7월 18일 현판식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막 올린 특사경의 ‘존재감’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출범한 것은 지난 7월 18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위원장이 패스트트랙(Fast-Track) 사건으로 선정, 검찰청에 이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중 서울남부지검이 지휘한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 직속으로 ‘긴급·중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이 운영 방안에 담긴 사건 선정 방침이다.

 

그리고 출범 두 달여 만인 지난 18일, 특사경은 하나금융센터 리서치센터 압수수색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이번 압수수색은 기업분석보고서 배포 이전에 주식을 사고파는 ‘선행매매’ 관련 의혹이었다. 

 

하나금융투자 A 연구원은 지난해 초 한 중소형주와 관련해 신규 보고서를 냈는데, 그 뒤 상반기에만 네 차례나 보고서를 냈다.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고, 보고서가 나온 직후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주가가 70% 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만 9000원대에 거래가 이뤄지던 종목은 한 달여 만에 3만 2000원을 넘겼다. △A 연구원이 주로 지주회사 등 대형주를 담당했다는 점 △마지막 보고서를 낸 이후 1년여 동안 후속 보고서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 등이 논란을 확산시켰다.

 

그리고 특사경이 움직였다. 증선위는 하나금융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 중 일부가 해당 종목 보고서를 외부에 발표하기 전 차명계좌 등을 통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를 포착했고, 특사경이 처음으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특사경은 이들 연구원의 스마트폰을 압수해 주식 매매 시기와 방법 등을 조사하고 관련 증거를 분석 중이다.

 

대형사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선행매매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대형사의 보고서에서 매수 추천 의견이 나오면 많게는 6~7%씩 주가가 오르기 때문. 금융당국은 특정 종목 관련 보고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수사 개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떨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특사경이 이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수사를 진행하는지, 결과에 따라 우리도 내부적으로 규정을 더 강화하고 단속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며 “증권업 전반에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차명 주식 거래 등 선행매매라고 볼 부분이 워낙 횡행하기 때문에 다음 수사가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몰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특사경 1호가 선행매매라는 것은 상징성이 있지 않겠나”라며 “하나투자라는 수사 대상보다는 선행매매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 지휘하에 더 영향력 확대할 것”

 

대부분 언론 역시 연구원 보고서에 앞선 선행매매라는 범죄 사실에 주목하는 상황. 하지만 법조계는 ‘금감원 역할’을 감안할 때 비슷한 수사가 줄지어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범죄 의혹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던 금감원이 이제 특사경이라는 ‘칼’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1~2년 단위로 수사팀이 바뀌기 때문에 검찰이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범죄 수사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금융 관련 전문성이 있는 경찰 특별 수사팀이 나서 수사를 하고 이를 검찰은 지휘만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금감원의 존재를 무서워하면서도 수사권이 없어서 ‘숨기려 했던’ 의혹들이, 이제 압수수색, 통신기록 및 계좌 조회 등 강제 수사권을 확보한 금감원 특사경 앞에 무력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증선위 사건 선정 과정이 필요하지만, 범죄 의혹을 확보할 경우 직접 ‘처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금감원의 존재감이 더 커질 것이라는 평이다.

 

금융 분야 수사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금융 경찰이 생긴 셈”이라며 “이제 금감원은 특사경을 최대한 활용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위상을 높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금감원장에 김기식 전 원장이나 윤석헌 현 원장처럼 정부 신뢰를 받는 인물들이 줄지어 온 것 역시 금감원 특사경을 통한 영향력 확대 맥락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특사경 출범 전인 지난 7월 10일, 금감원이 기습적으로 특사경 운영 방안을 공개하자 “시장과 국민에게 큰 혼란을 안겨주고 기관 간 대립으로 비치는 등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금융위-금감원의 힘겨루기 맥락까지 감안할 때, 되레 금감원의 특사경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나오는 이유다. 앞선 변호사는 “자료 확보 및 범죄 혐의 입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증권 범죄 수사 확대를 원하는 검찰과, 존재감 확대를 원하는 금감원 특사경의 목적이 일치하기 때문에 특사경의 움직임을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단순 선행매매를 넘어, 규모를 키우기 위한 수사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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