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날이 추워지면 아무래도 실내 활동이 늘어나게 된다. 요즘은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실내 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월정액이 아깝기 때문에 한 편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 습관적으로 TV를 켜게 된다. 올 겨울에는 애플TV 플러스와 디즈니 플러스까지 스트리밍 전쟁에 합류해서 눈의 피로감이 더해질 예정이다. 인간이 영화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영화를 보기 위해 인간이 태어났는지 헷갈릴 정도다.
무의미하게 영화 보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두 해지하고 음악에 투자하는 것은 어떨까? 작은 볼륨이라면 귀는 쉽게 피로해지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듣기에도 좋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은 책상 위에 올려놓고 듣기 좋은 데스크파이 오디오, 써모랩 FS-B1 스피커, 써모랩 FS-A1 인티앰프다.
원래 써모랩은 국내 컴퓨터 부품 회사다. 특히 CPU의 열을 식히는 쿨러를 주로 만든다. ‘쿨러 회사가 갑자기 오디오라니?’라는 의문이 들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경우도 많다. 아래 내 이력을 봐도 알겠지만 나도 디지털 기기 리뷰를 하다가 갑자기 제주도 여행가이드북을 쓰기도 했다.
어쩌면 매일 쿨러의 윙윙대는 소음을 듣다 지쳐 아름다운 음악이 그리워졌는지 모른다. 써모랩 홈페이지에 가보니 “어린 아들에게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라는 감동적인 개발 스토리가 써 있다. 이 오디오가 정말 아버지의 사랑인지, 체벌인지는 리뷰를 통해 알아보자.
먼저 인티앰프부터 살펴보자. 꽤 작은 크기다. 책상 위에 올려 두어도 부담이 가지 않는다. 꼭 ‘맥미니’ 정도의 크기다. 알루미늄 바디에다가 미니멀한 구성이다. 앞쪽에는 헤드폰 단자 2개와 볼륨이 있다. 볼륨 양쪽으로는 LED 상태 표시등과 리모컨 수신부가 있다.
입력은 USB, 광단자, 동축(Coaxial) 입력이 가능하다. RCA는 없다. 대신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그런데 내가 현재 어떤 소스로 듣고 있는지를 인지하려면 LED 상태 표시등의 불빛 색상을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흰색,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 LED 색상이 어떤 소스인지를 소비자가 외울 때까지는 일일이 눌러봐야 한다. 그나마 파란색 LED가 블루투스인 점은 다행이다.
이런 앰프를 D클래스 앰프라고도 하고 디지털 앰프라고도 한다. 디지털 앰프는 일반적으로 크기에 비해 앰프 출력을 크게 할 수 있어 액티브 스피커나 현대 오디오에 많이 적용된다. 그러나 FS-A1은 출력이 높은 편이 아니다. 채널당 30W, 즉 총 60W의 출력을 지원한다. 물론 60W라고 해도 부족하지는 않다. 작은 거실 정도는 울려줄 수 있다. 하지만 책상 위에 놓고 쓰는 용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앰프의 퀄리티는 수준급이다. 수치상 느껴지는 출력보다 뛰어난 구동력을 보여주며 여유롭게 스피커를 울려준다. 볼륨단도 신경 써서 만들었고 고역도 매끄럽게 나온다. 다른 스피커를 연결해도 충분한 앰프다.
특히 블루투스를 지원하고 384KHz의 고해상도 포맷도 지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쓰기 좋다. PC나 스마트폰과 무선 연결해서 들어도 되고 컴퓨터나 TV 등과 USB로 연결해도 된다. 다른 소스가 있다면 광단자, 동축을 이용하면 된다. 만약 스피커를 들을 상황이 아니라면 헤드폰 앰프로 써도 된다.
이 정도 크기에 이 정도 다양한 소스를 지원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음악을 들려주는 앰프는 흔치 않다. 다만 문제는 있다. 가격이 50만 원대다. 50만 원대에는 100W 이상 출력을 보여주는 인티앰프가 정말 많다. 무선을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쨌든 공략이 쉽지 않은 가격대다.
이번에는 FS-B1 풀레인지 스피커다. 이 제품도 또 독특하다. 풀레인지는 유닛이 한쪽에 하나뿐인 스피커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덩이로 이뤄진 블루투스 스피커에 많이 쓰인다. 그런데 FS-B1은 스테레오 유선 스피커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하이파이 스피커와는 조금 다르다. 물론 하이파이 오디오에 풀레인지 스피커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탄노이나 KEF 같은 회사들도 풀레인지를 즐겨 쓴다.
풀레인지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네트워크 설계가 간단하므로 유닛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고 트위터에서 들리는 고주파음(화이트 노이즈)이 거의 없다. 또 유닛의 소리가 따로 노는 위상차를 잡을 필요가 없어 큰 노하우 없이도 귀에 듣기 좋은 음악이 나온다.
FS-B1에서도 이런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3인치 풀레인지 유닛은 위상차가 없고 화이트 노이즈도 거의 없다. 그래서 책상 위에 놓고 가까이 들을 때 아주 좋다. 편안하면서도 고역이 어느 정도 강조된 단정한 음악이 나온다. 좌우 밸런스도 당연히 좋다. 밸런스가 정확하면 음상이 정확하게 맺힌다. 이 스피커 역시 스테이지가 정확하게 가운데 잡혀 입체감이 생겨난다. 저역이 부족하지만 꽝꽝 때리며 듣는 제품이 아니므로 이해는 간다.
중고역 위주의 소리를 작게 틀어 놓고 편안하게 음악 감상을 할 때 FS-B1의 장점이 극대화된다. 작은 볼륨에서도 질감이 좋아서 보컬이나 현음악 등을 감상하기 좋다. 다만 빠른 비트의 현대 음악이나 대편성 클래식에는 약점을 보인다. 파티용 스피커가 아니다. 그야말로 ‘책상’ 위에 두고 백그라운드 뮤직을 틀어 놓기 좋은 스피커다.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상 위에 올려 둘 사이즈는 된다. 원목은 아니지만 진득한 나무의 질감과 단정한 디자인은 클래식한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소형 스피커지만 30만 원대 후반 가격으로 앰프와 합치면 90만 원대 가까이 투자를 해야 한다. 소형 서브 시스템치고는 상당히 비싼 가격대다. 소리가 좋다고 해도 선뜻 결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써모랩 측에서도 직접 듣고 판단하라는 뜻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대여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꾸준하게 오디오 메이커들이 태어난다. 작년에 ‘멋진 신세계’ 리뷰를 통해 소개한 에이원오디오의 ‘오로라1’ 스피커 같은 경우는 입소문을 타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고, 아스텔앤컨이나 쿠르베, 오렌더, 에이프릴 뮤직 같은 국내 메이커들도 선전하고 있다. 써모랩이 내놓은 오디오 역시 중국산 제품에 로고만 찍은 것이 아닌 자체 개발한 의욕적인 제품이다. 초기작인 만큼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꾸준한 발전으로 좋은 제품을 내놓기를 기원한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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