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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과 한중 동상이몽

강준영(한국외대 교수/중국정치경제학)

2014.09.02(Tue) 16:21:02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단독 방문과 경제외교를 강조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있었다.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성숙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과 다양한 분야의 교류 활성화에 합의함으로써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중국은 퍼스트레이디와 판다를 앞세운 매력외교 공세로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번 회담은 양국이 갖는 태생적 구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전략적 목표가 다른데 기인한다.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중국은 이번 방문을 경제외교 확대와 대일 우경화 공조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데 몰두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이 한국을 북한보다 먼저 그리고 전례 없이 단독 방문한 것은 중국의 주변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있고,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선언하는 등 역사를 부정하면서 우경화의 길을 가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일, 대러시아 외교를 적극 추진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저지한다는 장기 전략을 기초로 한미일 공조 틀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전술적 차원에서 경제와 역사를 무기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적 태도를 취해달라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해 들어 단순한 힘의 과시에서 벗어나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중국 중심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려는 노력을 다양하게 경주하고 있다. 아시아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아시아 중심의 안보관을 수립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미국, 일본, 인도를 배제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 설립이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아태 경제협력구상(FATPP)을 통해 중국 중심의 경제틀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또 미국의 정책 변화로 생긴 중동과 유라시아의 공백을 신 실크로드나 해양 실크로드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메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즉 중국의 외교는 과거보다 주동적이고 현실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를 위한 아군 포섭을 위한 시도의 하나가 바로 한국 방문을 통한 한국 끌어들이기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골몰해 '북한의 핵 개발'이나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에 매달렸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 '한반도에서의 핵 개발'이 삽입되는 등 작년보다 진전된 면이 있는 것은 분명히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중국 측이 기자회견문에서 이 부분보다는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면서 북한을 여전히 전략적 자산으로 의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보여 북핵 문제를 보는 양측의 온도차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시주석은 치밀한 계획으로 대일 역사공조 문제를 성명에 넣는 대신 직접 대학 강연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다. 게다가 최근 양안관계에서 정부 간 대화가 순조롭지 않자 작년 성명에서 빠졌던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대만을 압박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얻는 것이 없다는 일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은 내부적으로 중국 측의 적극적 대 한국 접근 의도가 드러났고, 양 정상 간에 속 깊은 논의가 있었을 것이므로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중 접근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중이다. 반면에 정교하고 세밀한 전략이 없으면 미중 사이에서 곤란을 겪을 가능성도 많다. 양측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면서 주동적이고 창조적인 외교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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