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만료가 반년이 남았다. 지난해 회장직에 오른 김 회장은 은행 부문 중심의 실적에서 탈피해 비은행 부분과 균형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지주는 연결기준 3조 9948억 원의 순이자손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07% 증가한 수치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6.41% 증가한 1조 1140억 원으로, 최초로 1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실현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4월부터 농협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는 김광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진다. 김 회장의 임기는 내년 4월 28일까지다.
하지만 취임 당시 내세웠던 은행·비은행 간 격차 해소는 아직 요원하다. 올 상반기 각 계열사 실적을 보면 농협은행은 8456억 원으로 전체 순익 가운데 75.9%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69.8% 대비 6.1%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김 회장의 경영 방향성과는 상반된 결과다.
이러한 격차는 일부 계열사가 실적이 급락하면서 더욱 도드라졌다. 농협생명보험의 순이익은 올 상반기 기준 101억 4000만 원으로 전년 511억 8900만 원에 견줘 80.1% 감소했다. 농협손해보험은 같은 기간 54억 3100만 원의 순손익을 기록해 전년 207억 2900만 원 대비 73.7% 감소했다.
NH투자증권, NH농협캐피탈, NH저축은행 등의 순이익 역시 각각 13.7%(336억 원), 4.5%(10억 원), 35.2%(21억 원) 상승에 성공했지만 보험 부문 계열사의 하락폭보다 다소 적었다.
이와 관련해 농협금융지주 측은 지난해 강원도 산불로 인해 보험 부문 수익률에 타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험 부문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1분기 농협손해보험의 신계약 실적은 31만 6743건으로 전년 대비 775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로 회장직은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됐다. 행정고시 27회로 관료생활을 시작한 김 회장 역시 마찬가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제일고등학교(광주일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직속 후배로도 알려져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실적은 좋지만 체질 개선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중심으로 수익이 발생하는 농협금융지주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광수 회장식 경영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덩치(규모)에 비해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컨트롤타워라는 이미지를 해소할 기회가 김 회장에게 다시 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업권의 호황으로 농협은행의 실적이 좋게 나왔다. 단순히 은행·비은행 계열사 간 비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임과 낙하산 인사와 관련해서는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외부 인사가 영입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낙연 총리와 연관 짓는 것도) 지나친 억측이다”라고 밝혔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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