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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사업에서 경쟁력보다 더 중요한 건 '운'?

상품·분위기 좋아도 문 닫는 경우 생겨…유행 등 예측 불가능한 운이 좌우

2019.09.18(Wed) 14:53:17

[비즈한국] ‘애정’하던 가게를 다음번에 찾아갔을 때 폐업해 사라진 것을 가끔씩 보게 된다.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본 경험일 것이다. 좋아하던 가게가 사라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아쉬움을 불러일으킨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능력이 부족한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훌륭한 상품 구성, 사장의 스타일이 녹아 있는 인테리어, 그 모든 것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까지 좋았기에 애정을 가졌던 것이다. 소비자로선 이만큼 아쉬운 일이 없다.

 

좋아하던 가게가 문을 닫으면 소비자로선 이만큼 아쉬운 일이 없다. 휴업 공지를 붙인 식당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물론 문을 닫는 사업주의 마음은 더더욱 복잡할 것이다. 자신이 직접 문을 연 가게를 접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나름의 경쟁력을 갖고 가게를 운영해왔음에도 닫아야 하는 상황은 참으로 잔인하다. 경쟁력 있는 가게들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업주와 사업의 경쟁력은 생존과 성공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실제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이것만으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살면서 경험하듯 우리의 일상에서는 운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이 운이 우리의 전망과 계획을 뒤틀어버리곤 한다. 사업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가게는 오랫동안 그저 가게를 이어나갈 정도의 매출만을 올리다가, 다루고 있던 아이템이 어느 날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급성장한다. 반대로 어떤 가게는 그 기간을 버티다가 사업을 접었는데 그 직후에 유행이 되기도 한다. 매우 불운한 경우다. 몇 년만 더 버텼다면 그 유행을 통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유행이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면 이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당장 우리는 내일의 일도 알 수 없다. 올지 안 올지 알 수도 없는 미래를 바라보며 버티라고 하는 것은 지나고 나서야 하기 쉬운 말이지, 실제 그 상황에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다.

 

사업에는 운이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한때 주스 사업 하나를 꽤 눈여겨봤다. 생과일이나 채소를 즉석에서 갈아주는 콘셉트로, 당시 유행하던 예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던 시기였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그림이 나왔기에 꽤 전망이 좋아 보였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재구매율도 높았다. 오피스 상권뿐만 아니라 20~30대가 활동하는 대학가나 주요 상권에도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를 이야기하자면, 그 사업이 망하진 않았지만 당시에 내가 전망했던 것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예상치 못한 강력한 경쟁자가 갑작스럽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가 눈여겨보던 주스 사업이 막 성장할 무렵인 2015년에 쥬씨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화했고, 1년 후에는 전국에 점포가 800개가 넘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과 열광을 기록하던 시기였다.

 

쥬씨는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부터 빠른 속도로 대학가와 20~30대가 많이 오가는 상권, 그리고 오피스타운 곳곳을 파고들었다. 만약 쥬씨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내가 눈여겨봤던 주스 사업이 비록 속도는 느리고 점포수는 많지 않을지 몰라도 그런 지역을 파고들어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과 양으로 어필을 한 쥬씨에 비해 내가 눈여겨본 주스 매장은 가격도 높고 양도 적었다. 충격적일 정도로 저렴한 가격 공세를 버티긴 어렵다. 그 결과 내가 최초에 전망했던 것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에는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좌우하는 데는 운 또한 큰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때로는 불운 때문에 좋은 가게들이 문을 닫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훌륭하지 못한 곳들이 행운으로 인해 크게 잘되기도 한다. 사업을 하는 이상 결과는 매우 뼈아픈 현실이나, 결과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업주가 사업 자체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할 수 없는 운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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