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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년 받고도 풀려난 조현준 효성 회장, 판결문도 공개제한

법원 '형 집행 유예 결정' 이유 확인 불가…법조계 "국민 알권리 제한" 효성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

2019.09.18(Wed) 11:32:08

[비즈한국]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배임·횡령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해당 판결문의 공개가 제한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피고 측에서 요청한 판결문 공개 제한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 일각에서는 사회적 관심과 영향이 큰 재판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되고, 재판 과정이 불투명하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배임은 무죄, 횡령은 일부 유죄로 판결했다. 이와 함께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일반적으로 법정 구속이 예상되는 상황.

 

지난 6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배임·횡령에 대해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형 집행이 유예되고 판결문도 공개 제한돼 관심이 쏠린다. 효성그룹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하지만 법원이 대법원 판결 전까지 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하면서 조 회장은 법정 구속을 면했다. 다만 2심 재판부 판단에 따라 법정 구속이 될 수 있으며, 집행유예나 무죄가 선고될 경우 자유의 몸이 된다. 이에 따라 집행유예 판결이 아님에도 법원이 형 집행을 유예 결정한 취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조 회장의 1심 판결문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조 회장 측 변호인단이 해당 재판의 판결문에 공개 제한을 걸면서 판결 취지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사전 차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기업 총수의 판결문이 공개 제한된 배경조차 알기 어렵다. 심리를 담당한 법원 측은 공개 제한의 구체적인 이유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판결문의 공개 제한 기간도 확인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집행유예 없는 징역 2년 실형 선고…다만 형 집행은 유예?

 

조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외국 투자자가 풋옵션 행사에 나서게 되자, 투자지분 재매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주식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유상감자와 자사주를 매입하게 해 GE에 약 179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2008년과 2009년에 걸쳐 개인 소유의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 비싸게 넘겨 12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포함됐다. 또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직원의 이름을 허위로 올리는 방법으로 효성 등의 자금 16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추가됐다.

 

2018년 1월 시작한 재판은 1년 7개월간의 심리 끝에 겨우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GE와 관련된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주주 평등의 원칙에 따라 주주에게 균등하게 이뤄진 유상감자가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아울러 유상감자로 인해 재정 상태가 악화된 것인지도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조 회장이 개인 소장한 미술품을 고가로 효성 아트펀드에 편입시킨 혐의는 유죄로 봤다. 특수관계인 거래금지조항을 어겼다는 것이 근거였다. 아울러 직원의 이름을 허위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12억 원을 횡령한 혐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횡령 혐의에 대해 조 회장에 징역 2년의 실형을 내렸다. 다만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형 집행을 유예한다고 결정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유는 조 회장이 증거 인멸이나 도망의 염려는 없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법정 구속을 면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이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판단은 2심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조현준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재판부가 판단을 2심에 미룬 것”이라며 “실형도 집행유예도 아닌 것 같은 이번 판결은 2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기 부담스럽게 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판결문 공개 제한, 국민의 알 권리 침해 ‘논란

 

판결 이후 재판부는 조 회장 측의 판결문 공개 제한 신청을 받아들였다. 제59조의 2, 제59조의 3, 형사판결서 등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제6조 등이 법적 근거다. 형사소송법 제59조의 3(재판확정기록의 열람·등사)에 따르면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판결문)이나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물건의 명칭·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 등을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문 공개 제한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사유로는 △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된 경우 △ ‘소년법’ 제2조에 따른 소년에 관한 사건인 경우 △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 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하거나 관련 사건의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 국가의 안전보장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명백하게 있는 경우 △ 제59조의 2 제2항, 제3호 또는 제6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 측과 조 회장 측 모두 항소하면서 법정다툼을 이어가게 됐다. 사진은 조 회장이 지난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제59조 2 제2항 제3호, 6호의 내용을 살펴보면 △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 소송기록의 공개로 인하여 사건관계인의 영업비밀(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의 영업비밀)이 현저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재판부가 이 가운데 어떤 사유로 공개 제한 신청을 접수했는지를 법원에 문의했지만, 법원은 재판기록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의 유 변호사는 “중국의 양광(陽光)법원 제도나 미국의 여러 주에서 판결에 대한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경제 사범에 대한 재판 내용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효성 관계자는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1심 판단에 대해 따로 평가할 수 없다”면서 “판결문 공개 제한을 신청한 것은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또 “효성이 그동안 재판을 많이 받지 않았나. 그때 판결문 공개 제한을 신청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공개 제한 신청은 다른 판례를 봐도 많다”면서 “특별한 경우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호민 기자

donky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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