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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삼성의 '8K TV'는 무엇이 다를까

LG "ICDM이 정한 화질 선명도 충족해야"…삼성 "화질 선명도는 보조 기준에 불과"

2019.09.18(Wed) 10:21:53

[비즈한국]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같은 날 8K TV 기술 설명회를 열며 설전을 벌였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8K​ TV는 기준에 미달한다며 포문을 열었고, 삼성은 올바른 지적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관련기사 LG전자-삼성전자 8K TV 놓고 싸우는 진짜 이유 '기준')​

 

먼저 LG전자는 17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8K 기술설명회에 삼성 QLED 8K TV가 ICDM(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 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에서 규정하는 해상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날 설명회는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LG전자가 제기한 주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LG전자의 주장에 따르면 ICDM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Information Display Measurements Standard) 7조 8항에 디스플레이의 해상도(Resolution)는 픽셀 수(Addressability)가 아닌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를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기준은 2016년 개정됐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가 삼성전자의 QLED TV에 사용된 퀀텀닷 필름을 들어보이고 있다. LG는 이날 열린 8K 기술 설명회에서 삼성 QLED TV가 자발광 소자가 아닌 퀀텀닷 필름과 백라이트 유닛을 사용한 QD(퀀텀닷)-LCD TV임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박찬웅 기자

 

화질 선명도는 인접한 한 픽셀 너비의 흑·백 라인이 얼마나 눈으로 잘 구분되는지 정의한 지표다. 간단히 말해 한 픽셀의 선명도가 화질 선명도를 좌우한다. 즉 ICDM은 화질 선명도 기준치를 넘는 픽셀만 해상도에 포함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ICDM에서 정한 화질 선명도 기준치는 50%다. 

 

LG전자가 인터텍에 의뢰한 삼성 QLED 8K TV 화질 선명도 검증 결과. 인터텍은 테스트한 디스플레이가 화질 선명도 12%로 가로 해상도 7680픽셀을 만족하지 못한다고 결과를 냈다. 자료=LG전자

 

이러한 기준에 따라 삼성 QLED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가로 해상도 12%, 세로 해상도 91%를 나타냈다. 세로 해상도에선 8K TV 기준을 충족했지만, 가로 해상도에서 화질 선명도가 떨어져 7680픽셀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LG전자 주장의 핵심이다. 8K는 산술적으로 가로 7680픽셀, 세로 4320 픽셀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측정한 결과가 아니기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LG전자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삼성은 화질 선명도 개념 자체를 반박했다. 삼성은 같은 날 서울 서초동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8K 화질 관련 설명회에서 “화질 선명도는 1927년 발표된 개념이다. 물리적으로 화소 수를 세기 어려운 디스플레이나 흑백 TV의 해상도 평가를 위해 사용됐다. 초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 평가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8K 화질은 화질 선명도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밝기와 컬러볼륨과 같은 광학적인 요소와 영상처리 기술 등 시스템적인 부분을 고려한 새로운 평가 방법이 필요하다. 기준 정립을 위한 관련 업체 간 협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다. 2016년 5월 화질 해상도에 대해 마케팅한 게 삼성이다. 3년 만에 해석을 바꾸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5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소통 채널인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ICDM의 이번 결정은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디스플레이 해상도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ICDM의 화질 선명도 명시 결정을 반긴 바 있다.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화질 선명도는 2K, 3K, 4K 등 TV 해상도가 다를 경우 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나온 보조적인 수단”이라며 “같은 8K TV를 놓고 화질 선명도를 운운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공세에 삼성전자는 ‘8K 협회’를 앞세워 방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8K 협회​ 자체적으로 최대 밝기, 전송 인터페이스, 압축 규격 등 8K 관련 구체적 기준을 만들 방침이다. 여기에 8K TV 관련 국제 인증마크까지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황. 용석우 상무는 “8K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서 화질 선명도와 같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8K 협회에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해 미래 시장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삼성전자 주도로 뭉친 8K 협회에​ LG전자가 가입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정석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 상무는 “8K TV 시장은 이제 걸음마를 뗐다.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해야 할 시기다. 소비자가 편향된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사마다 좌표를 달리하면 산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소비자들에게 삼성 제품을 사지 말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정해진 국제 표준을 지켜 제조사 스스로 자정 능력을 발휘해 8K 시장을 키워나가자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LG가 제시한 중국UHG 산업연맹 해상도 측정 표준. 1×1 그릴패턴의 화질 선명도 값이 50%를 넘으면 픽셀 수를 해상도로 인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자료=LG전자


결국 양 사가 벌이는 갑론을박은 ICDM 회의에서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ICDM이 연구 결과를 제시할 뿐 표준을 지킬 의무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측정단체가 ICDM의 표준을 활용하고 있다. LG전자 측 주장에 따르면 심지어 8K 협회 구성원인 중국UHD 산업연맹도 해상도 측정 시 화질 선명도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정석 상무는 “ICDM 정기 회의가 이른 시일 내에 열릴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계측에 대해 고민하는 전문가 250여 명이 8K TV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논의할 것”이라며 “LG는 이때까지 해외 전문잡지를 중심으로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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