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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중대형 아파트 '인기'에 속지 마라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일 가능성 커…입주민 계층까지 살피며 더 꼼꼼히 따져야

2019.09.16(Mon) 11:48:09

[비즈한국] 최근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 평형의 1순위 경쟁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몇 년 동안 중소형 위주로 공급되어 중대형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현 정부 정책 상 투자자들이 몰렸던 중소형 위주의 다주택자 규제와 청약 가점제 시행으로 추첨제가 포함된 중대형 청약의 경우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전국에 공급된 전용면적 85㎡ 이하 타입은 7만 9445가구였다. 이에 75만 8011개의 1순위 청약 통장이 몰려 평균 9.5 대 1의 경쟁률을 보여주었다. 반면 전용면적 85㎡ 초과 타입 공급은 1만 622가구였으며, 청약 신청된 1순위 청약 통장은 총 36만 5883개로 평균 34.5 대 1의 경쟁률이었다. 중소형보다 3~4배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8월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견본주택에서 청약예정자들이 방문한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중대형 평형의 청약 경쟁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중소형 대비 압도적으로 적은 공급량 때문이다. 2019년 일반에 공급된 9만 67세대 중 중대형 평형은 1만 622가구로 12% 정도다.

 

적은 공급에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관심이 중대형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가점이 낮은 청약자들의 경우 추첨제가 포함된 중대형 평형을 청약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높아졌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한다. 몇 년 동안 지속된 전국적인 중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이제는 중대형으로 옮겨갔으며 중소형과 중대형의 시세 차이가 줄고, 건설사들도 중대형 위주로 공급하면서 중대형 아파트 선호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말이다.

 

지금과 같은 시장의 분위기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진 중대형 아파트 폭등 시장과 유사하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다주택자들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자 중대형 아파트의 폭등 현상으로 이어졌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버블세븐이라는 용어로 마무리되었다. 중대형 아파트 시세가 크게 상승했던 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의 아파트 가격이 중대형 위주로 폭락한 것이다.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용인시 대형 아파트의 폭락은 시장에 큰 교훈을 안겨주었다. 특히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 직전 몰아치기 분양까지 몰려 급하게 분양했던 용인시 성현동·성북동·신봉동의 1군 브랜드 대형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여 년 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아직도 기억나는 2007년 1군 대형 아파트 분양 홍보 문구가 있다. “분당의 낡은 브랜드 없는 아파트들이 평(3.3㎡)당 2000(만 원)이면, 용인의 명품 1군 아파트는 평당 4000(만 원)이 될 겁니다. 분당의 부자들이 다 용인으로 올 겁니다!”

 

용인뿐 아니라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탄현동, 일산동구 식사동의 1군 대형 아파트들도 여전히 분양가 시세조차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우려되는 상황은 바로 그때 그 시장의 재현이다. 8·2 부동산대책, 9·13 부동산대책으로 이어지는 역대 최강의 부동산 규제 정국으로 시장이 계속 변화하고 있다. 10월부터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계획 발표 이후 강남권 재건축은 사업성 검토로 주춤해지고 그 풍선효과로 5년 차 미만 신축 아파트와 그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았던 중대형 아파트가 반사이익을 받아 최근 실수요층과 투자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최근 서울 중대형 아파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 중대형 아파트가 움직이자 서울 주변 경기, 인천의 중대형 아파트까지 들썩인다. ​2005~2007년 부동산 시장과 거의 정확히 오버랩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05~2007년 이전에도 이런 시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펼쳐진 경제 호황기다. 아시아선수촌, 올림픽선수촌아파트가 부각된 것도 그때다. 

 

분양가 상한제는 말 그대로 분양가만 낮추는 효과가 있는 정책이다. 기존 아파트들의 시세나 선호 태도를 변경할 수는 없다. 현재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의 진행 속도만 늦어질 뿐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2005~2007년 중대형 강세 시장은 투자 시장이었다. 실수요자들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주로 선택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아닌 실수요층이 선택하고 있다. 10여 년 전과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대형 아파트가 혼란한 현재 시장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입지 불문 대형 아파트만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가 낮은 입지의 대형 아파트를 노골적으로 추천하는 칼럼이나 강의도 있다고 한다.

 

대형 아파트는 입지 분석이 ​더 많이 ​필요하다. 중소형 아파트보다 입지가 더 중요하다. 중소형 아파트의 입지 분석에서는 직장 접근성, 교통 편리성, 교육환경 우수성, 생활편의시설 이용 편리성, 환경 쾌적성만 따지면 되지만, 대형 아파트 입지는 이 조건에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더 보태야 한다. 

 

바로 그 단지 입주민들의 신분 혹은 계층이다. 그 입지에, 그 단지에 거주한다는 것만으로 하나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입지, 단지여야 한다. 해당 대형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들이 어떤 계층들인지 체크해야 한다.

 

단순히 중소형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대형 아파트를 매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고 어떤 지역이든 무조건 대형의 수요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대형 아파트의 수요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적다는 의미다. 지금 중대형 아파트 선호 현상은 입지마다 상품마다 다른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 등이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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