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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밀레니얼 세대가 구찌를 사랑하는 이유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케링그룹 '글로벌 지속가능성' 2위, 매출도 성장

2019.09.16(Mon) 10:49:38

[비즈한국] 유니클로 매장 옆을 지나게 되면 슬쩍 들여다보게 된다. 옷 사러 온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를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서다. 물론 일본 제품 불매와 상관없이 패스트패션을 멀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구글에서 ‘sustainable fashion brands(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을 검색하면 1억 6300만 개의 결과가 나오고, 뉴스 기사만 22만 7000개 나온다. ‘지속가능 패션’으로 우리말로 검색해도 810만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이들 중 대다수가 2010년대 이후 최근 2~3년 내가 압도적으로 많다. 확실히 소비자가 가진 패션에 대한 욕망에서 지속가능성은 전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중요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패션 브랜드를 소비할 때도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따지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기업들이 모피를 함부로 쓸 수 있겠는가? 탄소 배출에 신경 안 쓰고, 일회용 플라스틱도 기존처럼 사용하고, 자연생태계나 지구 온난화 문제가 패션 기업과는 상관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소비와 사회적 관점,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다. 소비가 바로 사회적 메시지인 시대다.

 

G7 정상회의에 맞춰 ‘G7 패션 협약’이 발표되었다. 온실가스 배출 제로, 생물 다양성 회복, 플라스틱 사용 중단 등 지구 환경 보호에 초점을 맞춘 이 협약에는 전 세계 32개 글로벌 패션기업이 동참했다. 사진=구찌

 

지난 8월 말에 프랑스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그때를 맞춰 ‘G7 패션 협약’이 발표되었다. 구찌, 발렌시아가, 디올,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알렉산더 맥퀸, 부쉐론 등 20여 개 럭셔리 브랜드를 갖고 있는 케링그룹의 프랑수와 앙리 피노 회장이 주도해서 전 세계 32개 글로벌 패션기업이 서명했는데, 이들이 가진 패션 브랜드가 150여 개다. 케링그룹을 필두로 에르메스, 샤넬, 프라다그룹, 칼 라거펠트, 살바토레 페라가모, 버버리, 조르지오 아르마니, 몽클레어, 스텔라 매카트니 등 럭셔리 브랜드와 ZARA의 인디텍스, H&M그룹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 그리고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등 스포츠 패션 브랜드 등 패션계 내에서도 카테고리가 서로 다른 브랜드가 모두 동참한 것은 이례적이다. 

 

‘G7 패션 협약’에는 지구 환경 보호에 필수적인 3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실천하고 지구 온난화를 멈추는 것, 자연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 회복하는 것,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점진적으로 중단해 세계 바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여 바다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 내용도 포함되는데, 원자재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제조 공정에서 100%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고,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고, 초미세합성섬유 오염을 없애기 위해 투자하고, 섬유와 포장에 있는 플라스틱 사용을 통제하는 활동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에 동참한 기업들 중 다수는 소비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적극 밝히면서, 협약을 잘 지킬 것을 약속했다. 물론 이 협약은 약속일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약속을 함으로써 스스로가 구속력을 부여한 셈이다. 특히 협약에 동참한 패스트패션 업계의 정체성인 빨리 입고 버리는 소비 방식이 지속가능성과는 반대될 수 있기에, 이들이 어떻게 실천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패스트패션 업계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패스트패션 기업 H&M이 만든 패션브랜드 코스(COS)는 패스트패션의 미래일 수도 있다. 코스는 지속가능한 소재를 적극 개발한다. 패스트패션이 가진 치명적이고 태생적인 약점인 반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극복할 대안이 되는 셈이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도 분명하다. 사랑받기 위해서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기업이 착해져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패션 소비의 관점이 바뀌고 있어서다. 이젠 그냥 멋진 걸론 멋쟁이가 아니다. 환경도 알고, 윤리도 젠더도, 서스테이너블도 알면서 멋지게 입어야 진짜 멋쟁이다.

 

‘G7 패션 협약’을 주도한 케링그룹은 ‘2019 글로벌 지속가능성 100대 기업’ 중 2위에 올랐다. 매년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이 순위가 발표되는데, 제품 생산이나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하고, 탄소와 쓰레기 배출량을 비롯한 환경 보호 의무를 평가하고, 아울러 세금을 성실하게 잘 냈는지, 경영진이 성별, 인종, 국적 다양성이 확보되었는지, 재무건전성 여부와 수익의 정당성 등 21개 핵심 성과  지표를 분석해 지속가능경영지수를 측정한다.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의 7500개 글로벌 기업이 조사 대상이다. 

 

패션 업계는 물론 글로벌 기업 중에서 환경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와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곳이 바로 케링그룹이다. 케링그룹의 매출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한마디로 착한데 돈도 잘 번다. 2019년 5월엔 2020년부터 18세 미만 모델을 패션쇼에 세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알기에 모범을 보일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럭셔리 브랜드가 구찌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환경 문제에 민감하고 젠더, 윤리, 사회적 책임,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패션 브랜드가 마케팅의 중요한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구찌와 케링그룹이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분명히 밝히지만, 특정 브랜드를 밀어주기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 요즘 사람들이 패션 브랜드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 하나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제는 실용성이나 가성비, 럭셔리한 고급 이미지가 환경과 윤리, 젠더에 대한 관점이 담긴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을 지우지 못한다. 아무리 명품이어도, 아무리 가성비 높아도 지속가능성에서 부정적 인식이 생기면 그 브랜드의 옷을 입길 꺼리기 때문이다. 그냥 멋쟁이와 진짜 멋쟁이는 다르다.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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