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무려 3시간 넘게 삼성 전시관에서 ‘놀다’ 보니 어느새 폐장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5시간. 애초 1800개가 넘는 브랜드를 다 본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갈 곳은 많고 시간은 적어 마음이 분주해졌다(관련기사 [베를린·나] IFA2019 관람기 ① 갤럭시 폴드 '핫' 대세는 삼성).
IFA의 두 대형 브랜드이자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끝과 끝에 배치돼, 삼성에서 LG로 가는 메인 동선을 따라가면 주로 대형 브랜드들이 전시돼 있다. 대부분 ‘커넥티드 홈’ ‘스마트 가전’ ‘8K TV’ ‘스마트폰’ 등 이번 IFA를 관통하는 주제들로 채워져 있었다.
틈틈이 배치된 소형 업체나 브랜드의 제품 또한 큰 틀은 같았으나, 보다 실용적이고 당장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지난해에 참가했던 업체들이 약간의 ‘기술적 보완’ 등을 거쳐 비슷한 제품을 들고 나온 경우도 많아 IFA를 두 번 째 관람하는 입장에선 식상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많은 언론들이 이미 다룬 대로 중국 업체의 활약은 빅 이슈 중 하나였다. 부스 하나 걸러 하나가 중국 업체라고 할 정도로 큰 업체부터 소형 업체까지 포진해 있다. 처음 보는 브랜드인데 대형 전시관을 점유한 경우는 십중팔구 중국 업체였다. ‘카피캣(불법복제)’에 대한 우려가 많은 가운데 일부 중국 업체는 전시관 구성과 콘텐츠 등도 작년 삼성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쓴 웃음 짓게 만들었다.
파나소닉, 소니, 샤프 등 일본의 주요 업체들도 대형 전시관을 설치했지만 이렇다 할 이슈는 만들지 못했다. 지난해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출시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니는 올해도 아이보 같은 제품을 기대하고 찾아온 관람객들의 실망스런 표정만 줄곧 지켜봐야 했다. 소니 관계자가 “지난해에는 아이보가 있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할 정도.
IFA2019 관람의 대미는 LG가 장식했다. 입구부터 대형 올레드 폭포 조형물을 설치해 입이 떡 벌어지는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만든 LG는 그러나 규모 면에서 작년보다 축소된 느낌이었다. AI(인공지능)을 결합한 스마트 가전들로 채워진 ‘LG씽큐홈’과 8K TV를 전면에 내세운 LG전자는 지난해 대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보다 강화해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전략을 취했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배치한 전시관 담당자들이 관람객에게 먼저 다가가 제품에 대해 설명해주고 관심을 끄는 적극적인 자세도 다른 업체에 비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개인적으로 올해 LG전자의 전시 구성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다. ‘게임’ 형식 등을 취해 엔터테인먼트를 강화한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제품 자체의 장점을 좀 더 살린 콘텐츠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LG씽큐홈’ 등 홈 가전 구성 또한 오히려 지난해에 인플루언서를 투입해 ‘쇼’ 형식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던 방식이 제품에 대한 관심도 제고는 물론 전문성을 보여주기에 효과적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해와 올해, 두 번의 IFA를 통해 글로벌 가전이 향하는 지점이 어딘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가전이 가전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삶 깊숙이 들어와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 그것이 단순히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라 삶 자체를 ‘진화’하게 만든다는 것.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 될 내년의 IFA는 어떤 모습일까. 한 번 더 비교 관람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2017년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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