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열병합발전소·수소생산기지 건립에 강서구민 '폭발 직전'

[비즈한국] 지난 9일 오전 6시경 서울 강서구 주민 100여 명이 열병합발전소가 건립되고 있는 방화동 서남물재생센터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올 7월 강서주민연합회가 마곡 열병합발전소와 수소생산기지 등 에너지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뒤 연 6번째 집회다.

앞서 서울에너지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각각 5일 오전과 오후 주최한 ‘주민설명회’는 강서구민 150여 명의 항의 방문으로 무산됐다. 이들은 두 에너지시설 건립 방침을 전면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서구 주민이 에너지시설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마곡동 열병합발전소 “초미세먼지로 건강 위협” vs “LNG는 청정원료, 수치 왜곡”

강서구에 건립이 예정된 첫 번째 에너지시설은 마곡동 열병합발전소다. 열병합발전소란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시설이다. 발전용 터빈을 구동해 만든 전력은 자체 사용하거나 전력거래소를 통해 판매하고, 폐열로 고압증기와 온수를 생산한다. 고압증기는 주로 염색 등 생산 공정에, 온수는 주로 가정용 지역난방에 쓰인다. 

서울에너지공사는 2020년 10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지하화한 서남물재생센터 지상 부지 3024㎡(915평)에 285MW​(메가와트)급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발전시설 1기를 짓는다. 

서울에너지공사는 사업목적을 ‘강서 지역에 안정적인 열 공급’이라 설명한다. 공사는 2031년 열 수요량이 2018년(253Gcal) 대비 1.7배 증가해 마곡동 열병합발전소 완공 이후에도 공급량(열병합 190Gcal, 열전용 보일러 136Gcal)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강서구의 필요 열 대부분은 목동 열병합발전소에서 들여오고 있다. 

사업비는 총 3528억 원. 서울시는 2016년 말 3584억 원을 현물 출자해 집단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서울에너지공사를 세웠다. 올해 5월 총 2471억 원(현금출자 1976억 원)의 추가 출자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 마곡 열병합발전소 착공이 가시화됐다. 현금 출자액 중 1764억 원은 마곡 열병합발전시설에 배정됐다.  

강서구민연합회는 건강권이 위협받는다며 즉각 반발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홍상 강서구민연합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LNG 발전소의 전력 1MW 생산 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양은 경유차 4만 6512대 배출량에 해당한다. 마곡 열병합발전소의 발전량은 285MW로서 이는 우리 주민들을 집단 폐사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마곡동 주민 A 씨(58)는 “지병을 앓고 건강을 되찾고자 10년 전 공기 좋다는 강서구로 이사 왔다. 그런데 집 앞에 미세먼지를 뿜어대는 열병합발전소가 생긴다니 기가 찬다”고 보탰다.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LNG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한 청정 연료다. 액화 과정에서 유해물질을 제거해 연소 시 질소산화물을 제외한 공해 물질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질소산화물 배출농도 역시 친환경 가정용 보일러보다 훨씬 낮다. (비대위 측에서 주장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은 국내 LNG발전소 1기의 연간 초미세먼지 배출량인데, 1MW당 초미세먼지 배출량으로 왜곡돼 수치가 크게 늘었다”며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탈원전)을 반대하는 일각에서 왜곡된 데이터를 근거로 LNG 유해성을 주장하고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사는 환경부 해명자료를 근거로 “동일전력(1MWh) 생산 시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발생량(33g)이 LNG발전소(6g) 대비 6.6배, 유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도 1만 3000배 많이 배출한다”고 덧붙였다.

# 개화동 수소생산기지 “폭발 우려” vs “방호벽까지 설계해 안전”

건립 예정인 두 번째 에너지시설은 개화동 수소생산기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서울 강서지역을 강원 삼척, 경남 창원과 함께 ‘수소생산기지구축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했다. 올 1월 발표한 분산형 수소생산기지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수소 수요가 현재 상대적으로 높거나(서울), 향후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창원), 인근에 부생수소 생산시설이 없어 운송비용이 높은 지역(삼척)이 우선 선정됐다고 산업부는 밝혔다.​

수소생산기지구축사업은 저렴한 가격에 수소를 생산·공급해 수소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정부는 올해 3개소를 시작으로 오는 2022년까지 전국에 총 18개소를 구축할 방침이다. 강서구 개화동 강서공영차고지에 세워지는 수소생산기지에서는 하루 약 1300kg의 수소가 생산된다. 서울시가 부지를 선정·제공하고,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사업 시행을 맡았다.

강서구민연합회 측은 수소생산기지 폭발을 우려했다. 이홍상 비대위원장은 “국·내외적으로 이미 폭발사고가 발생해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수소생산기지를 수도 관문인 김포공항과 유동인구가 많은 개화역, 개화초등학교 인근에 실증사업으로 건설하려는 것은 주민들을 폭사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신사업부 관계자는 “새로운 수소생산기지에 적용되는 개질기(추출기)는 1920년 개발돼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폭파된 사례가 없는 안전한 장비다. (지난 5월) 강릉과학산업단지 수소탱크 폭발로 우려가 큰데 당시 사고는 물(H2O)을 산소와 수소로 전기 분해하는 실험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수소탱크로 유입된 산소가 전기 스파크를 만나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개질기는 LNG(액화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탄(CH4)을 수증기를 이용해 탄소와 수소로 분해하는 설비다. 발전 과정에서 불이 붙는 데 필요한 산소나 전기 스파크가 없기 때문에 폭발 위험은 제로(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욱이 사고가 난 강릉의 수소탱크에는 피해를 막는 방호벽이 없었지만 이번 설비에는 방호벽 설계가 포함된다. 주민 우려는 공감하지만 사업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아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강서구주민연합회는 수혜는 모든 자치구가 나눠 갖고 위험부담은 강서구만 떠안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홍구 비대위원장은 “이미 강서구 서남물재생센터와 9곳의 건설폐기장에서 각각 인근 자치구의 오염 하수와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전기와 수소에너지 혜택은 나눠 갖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설은 강서구민만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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