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다. 또 따뜻한 음악이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여행 중에 즐길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무선 이어폰, 헤드폰 등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제품도 가을에 잘 맞는 음향기기다. 젠하이저 ‘모멘텀3 와이어리스’라는 헤드폰이다. 요즘 인기가 좋은 무선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다. 젠하이저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헤드폰 전문 브랜드이기도 하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B&O, 소니, 보스, 자브라 등 다양한 회사에서 내놓지만 사실 보스나 젠하이저가 원조다. 그 중에서도 진짜 원조는 젠하이저다.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사 의뢰로 젠하이저가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최초 출시한 것은 1987년. 보스는 1989년. 거의 비슷한 시기지만 젠하이저가 조금 빨랐다.
하지만 젠하이저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음향기기 전문 업체이기에 음질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듯하다. 이번 모멘텀3 와이어리스 역시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크게 강조되지 않았다. 박스를 봐도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여러 기능 중에 하나로 조그맣게 그려놓았을 뿐이다. 그래도 기본 이상의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제공하니 안심하도록.
디자인은 기존 젠하이저 유선 헤드폰과 큰 차이가 없다. 헤어밴드와 이어컵을 이어주는 머리 크기 조절 부분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아주 예쁘다. 레트로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쉽게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귀를 완전히 덮는 오버이어 형태 헤드폰이지만 크기가 지나치게 크지 않아 외부에서 사용해도 어색하지 않다. 상당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정장을 입은 사람이 착용하고 있어도 잘 어울린다.
오른쪽 유닛에는 버튼이 잔뜩 있다. 요즘은 터치식 버튼을 많이 제공하는데 모멘텀3 와이어리스는 물리 버튼을 고수하고 있다. 오작동을 싫어하는 독일인들답다. 전원 버튼은 없다. 헤드폰을 접으면 전원이 꺼지고 펴면 켜진다. 무게는 다소 무겁다. 310g으로 최근 무선 헤드폰에 비해서는 살짝 더 무겁다.
착용해보니 넉넉한 사이즈가 여유롭다. 나는 헤드폰을 착용할 때마다 가장 큰 사이즈로 늘려야 하는데 젠하이저 모멤텀 와이어리스는 아주 넉넉하다. 오히려 머리 크기 조절 부분을 줄여줘야 했다. 다른 헤드폰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즐거운 경험이다. 젠하이저 모멘텀에게 애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어쿠션은 아주 푹신하고 부드럽다. 고급스러운 가죽재질이다. 그리고 일단 헤드폰을 착용하면 주변 소음이 줄어든다. 따로 전원 켤 필요 없이 바로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노이즈캔슬링 모드는 총 세 가지다. 최대, 안티 윈드, 안티 프레셔다. 안티 윈드는 낮은 주파수 위주로 노이즈를 없애준다. 바람 소리 정도만 감쇄하는 것으로 외부에서 안전을 위한 모드다. 안티 프레셔는 노이즈캔슬링 특유의 먹먹함을 없애 준다. 그런데 실제 작동해보니 최대 모드랑 큰 차이가 없다. 전반적으로 수준급 노이즈캔슬링 효과를 느낄 수 있지만 높은 주파수 대역의 노이즈보다는 낮은 주파수 대역의 노이즈를 없애 주는 것에 집중한 모델이다.
놀란 부분은 음질이다. 젠하이저 모멘텀3 와이어리스는 무선이지만 정말 음질이 뛰어나다. 원래 유선 모멘텀 시리즈도 좋은 음질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모델인 만큼 음질에 대한 자부심을 이어 나가겠다는 노력이 보인다. 넓은 대역폭에 생생한 고역, 풍성한 저역이 무선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다만 무선인 만큼 저역과 고역을 살짝 강조했다. 일명 V 자 음색이라고 한다. 이동하면서 들을 때는 존재감이 강한 저역과 고역을 강조해야 음악 감상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기존 플랫한 유선 모멘텀 헤드폰에 익숙했던 이들이라면 차이를 느낄 것이다. 다만 풍성한 저역이라도 풀어지지 않고 탄력이 있다. 또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전혀 없다. 현장감이 잘 살아난다. 노이즈캔슬링이라는 기능성 제품으로 쓸 필요가 없이 평소에 음악감상용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통화음도 좋다. 음질 자체가 좋으니 상대방 통화음도 아주 감미롭게 들린다. 단점이 있다면 배터리 시간이다. 완충 시 17시간 재생이 가능한데 경쟁사 대비 좀 짧은 편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무게도 310g으로 살짝 무겁다.
젠하이저 모멘텀3 와이어리스는 기능성 헤드폰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헤드폰이다. 여행 갈 때만 꺼내는 헤드폰이 아니라 평소에도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을 만한 고음질 헤드폰을 추구했다. 그리고 이 정도 음질이라면 굳이 유선 헤드폰을 구입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또 하나의 케이블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 같다.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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